지구 곳곳에서 진행되는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그리고 바다 생물의 위장에서 발견된 포장 쓰레기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고 먹고 버리는 것들이 결국 바다를, 생태계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단순한 소비자의 책임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플라스틱 위기의 상징이 된 브랜드들
환경단체 Surfers Against Sewage가 2023년 6월까지 12개월간 영국 전역에서 4,000명의 시민 과학자들과 함께 수거한 3만 건 이상의 쓰레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 12개 기업이 전체 브랜드 포장 쓰레기 오염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코카콜라는 4년 연속 영국에서 가장 큰 포장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 브랜드만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고, 맥도날드(11%)와 펩시코(순위는 3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세 기업은 합쳐서 전체 포장 쓰레기 오염의 37%를 차지했다.
맥도날드와 펩시코는 각각 친환경 포장재 사용 확대와 리사이클 장려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지만, Surfers Against Sewage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오염 수치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변과 도시 거리, 운하와 숲길까지 포장 폐기물은 인간 활동의 흔적으로 쌓이고 있으며, 여전히 동일한 브랜드들이 매년 최상위 오염 주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다를 채우는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2025년 3월, 비영리 환경단체 Oceana는 코카콜라가 오는 2030년까지 해양 및 수계에 연간 6억 200만 킬로그램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절반 리터 페트병 약 2,200억 개에 해당하며, 1,800만 마리의 고래 위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수치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코카콜라가 자체 공개한 포장재 사용량과 매출 성장률을 바탕으로, 현재와 같은 경영 전략이 유지될 경우를 가정해 예측한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은 2030년까지 연간 413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Matt Littlejohn(Oceana 캠페인 책임자)은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 음료 제조사이자 유통업체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대체 전략으로 꼽았던 재사용 패키징 약속도 2024년 말 발표된 지속가능성 로드맵에서는 빠졌으며, 오히려 재활용 비율 확대와 소비자 수거 체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활용? 재사용? 전환의 본질을 놓치다
코카콜라는 2022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전체 포장재의 25%를 재사용 가능한 용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후 해당 계획을 삭제하고 리사이클 재질 비율 확대와 수거 인프라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일 뿐이라며, 플라스틱 위기의 본질을 회피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며, 이는 곧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다. 즉, 단순히 리사이클링만으로는 플라스틱의 순환 사용 구조를 만들 수 없고, 궁극적으로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Littlejohn은 “리사이클은 중요하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또다시 일회용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카콜라가 브라질, 독일, 나이지리아, 미국 남부 텍사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재사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보증금 반환제도(DRS)의 도입이 왜 중요한가
Surfers Against Sewage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의 실질적 대책으로 보증금 반환제도(Deposit Return Scheme, DRS)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음료 용기를 구매할 때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불하고, 이를 반환하면 그 금액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DRS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쓰레기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잦은 연기와 범위 축소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는 유리병이 제외된 DRS가 추진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 역시 수년간의 준비 끝에 시행을 또다시 연기한 상태다.
이러한 지연은 대기업의 로비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포괄적인 ‘올인’형 DRS 도입이 시급하며, 기업들이 제품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순환경제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제와 윤리가 함께 가야 할 길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정책은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 윤리와 투명성, 소비자 교육, 정부 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구조다. 유럽연합은 이미 순환경제 이행 계획에 따라 제조업체에게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친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생산자책임확대제도(EPR)’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설계를 유도하고, 다회용 포장재 사용을 전제로 한 유통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기업들이 자사 이익에만 집중하는 기존 행태를 지속한다면, 환경위기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 그리고 가능성
비록 소비자는 구조를 바꾸는 데 제한적인 힘만을 가졌을지라도, 소비 행위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리필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고,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브랜드를 지지하며, DRS와 같은 제도 시행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과 정부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환경단체는 소비자 개개인의 목소리가 모이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포장 설계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의 소비가 더 나은 순환구조를 향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위하여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현대 소비사회의 상징이 되었지만, 동시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구는 지금, 이 오염의 순환을 멈추고 새로운 체계를 도입할지를 선택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진정한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그들이 투명성과 책임, 혁신을 통해 변화의 주체가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비난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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