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보다 숙련된 인력 선호 증가… 청년층, 첫 취업 길 더욱 험난해져
지난 2월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2025-1호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증가가 노동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제한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 채용 시장의 변화,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신입보다는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신입직 채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경력직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기업 신규 채용에서 신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2.7%였으나, 2021년에는 62.4%까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력직 비율은 17.3%에서 37.6%로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채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기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점점 더 보편화되면서, 직무와 관련된 업무 경험이 채용에서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3년 기준으로 기업들이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58.4%)이었으며, 2024년에는 그 비율이 74.6%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신입직의 채용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청년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경력직 채용 증가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숙련된 인력 확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층에게는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이 확대되면서 비경력자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1.4%/월로, 경력자(2.7%/월)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상용직 고용률은 30대보다 17%p 낮으며, 이 중 7%p는 경력직 선호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청년층의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총 취업 기간이 평균적으로 2년 줄어들었으며, 그 결과 생애 총소득도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첫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
기업들이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력직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2021년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73.9%의 기업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해서’ 경력직을 채용한다고 응답했다.
둘째, 기업이 신입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증가했다. 신입직 채용의 경우, 기업이 충분한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셋째, 고용 경직성이 높은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은 신입을 채용하는 데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고용된 근로자의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검증된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는 청년층의 현실
청년층이 겪는 취업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력직 채용 증가’가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소로 ‘경력직 선호로 인한 신입 채용 기회 감소’(2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실무 경험 기회 부족’(15.9%)도 주요한 어려움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미취업 청년 중 24.7%가 ‘특별한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직 단념 현상이 심화되면 청년 고용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의 취업 지원 강화 필요
경력직 선호 경향이 지속될 경우,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학교, 기업, 정부가 협력하여 청년들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산학협력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십, 직무교육 등이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 환경을 개선하여 청년들이 대기업·정규직만을 목표로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커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된 상태다. 이를 완화해야 청년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력을 쌓고 노동시장에 정착할 수 있다.
셋째, 구직 포기 현상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취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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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경력직 채용 증가가 노동시장의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이에 대응하는 청년층의 적응력 강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미리 갖출 수 있도록 실무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는 데 있어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