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논란과 헌법적 쟁점
2025년 1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과용 도서 제도 정비 법률안 관련 긴급좌담회’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헌법적 타당성과 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의 교육적 효과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과 헌법적 정당성, 공교육의 방향성 등을 집중 조명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헌법적 관점에서 바라본 AI 디지털교과서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옥주 교수는 헌법적 관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신 교수는 “헌법 제31조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제도의 법률주의를 강조한다”며 “교과서 제도 역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를 대통령령 수준에서 규정하려는 것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개정안이 기존 교과용 도서와 교육자료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분류됨에 따라 기존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과 관련하여, 신 교수는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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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복합체(Education-Industrial Complex)의 우려
한국해양대학교 교직과의 김용일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교산복합체(education-industrial complex)’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추진된 것임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공론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정책 결정이 시장주의 논리에 의해 밀어붙여진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과 에듀테크 기업의 개입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교육이 점점 민영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교과서의 기술적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특정 기업이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며,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기술적 검토와 위험 요소
선문대학교 박대민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기술적 이슈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AI 기반 교과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문제로 ‘환각(hallucination) 현상’, ‘신뢰할 수 있는 AI(Trustworthy AI, TAI)의 부재’, ‘기술 적합성 문제’ 등을 언급했다.
그는 “AI 교과서가 제공하는 학습 진단과 맞춤형 교육 기능이 실제 교육 효과를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는지 검증이 부족한 상태”라며 “기술적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교과서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학습 콘텐츠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정책적 대응 방향
좌담회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AI 기술의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진적인 도입보다는 단계적인 검토와 시범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AI 교과서를 기존 교과서 체제에서 배제하면서 발생하는 법적 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AI 교과서의 지위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과서와 병행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
이번 긴급좌담회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AI 기술을 활용하되 교육적 가치와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좌담회를 통해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은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보다 폭넓게 진행하고, 기술적·법적 검토를 철저히 수행한 후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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