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정통 스칸디나비아 스릴러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각국의 정통 장르물을 발굴해 소개해왔다. 《유리돔》(The Glass Dome)은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북유럽 스릴러 작품으로, 스웨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Camilla Läckberg)의 원안과 참여로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서사를 구축했다. 2025년 4월 15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이 작품은 단 6부작이라는 압축된 구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긴장감과 정서적 깊이를 보여준다.
과거의 감옥이 현재를 덮치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유리 상자에 갇혀 납치된 기억을 가진 레일라(Lejla, 연기: 레오니 뱅상)가 성인이 되어 미국에서 성공한 범죄심리학자가 된 이후, 양어머니의 죽음으로 고향 그라노스(Granås)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죽은 친구 루이즈의 딸 알리시아 실종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 실종 사건이 자신이 당했던 유괴 사건과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며, 그녀는 충격적인 과거의 조각들을 재구성하고, 결국 가장 믿었던 인물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트라우마, 기억, 그리고 정체성
《유리돔》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한 유괴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와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깊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이 주인공의 직업 선택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흐리는 복잡한 정체성의 문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폭력의 양상, 그리고 권력 구조의 허상을 탐구한다.
전개, 연기, 연출의 삼박자
드라마는 시간 구조를 비선형적으로 구성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플래시백과 현재 사건이 맞물리며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주인공 레일라 역을 맡은 레오니 뱅상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발터 역의 요한 헤덴베리, 토마스 역의 요한 레보리 등의 조연들도 극의 무게감을 단단히 잡아준다.
연출을 맡은 헨리크 뵈른과 리사 파르자네 감독은 스웨덴 시골 마을의 폐쇄적 분위기를 탁월하게 살려내며, 북유럽 특유의 음울하고 차가운 미장센을 통해 이야기에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특히 마지막 회에 이르러 밝혀지는 진실은 모든 장면의 무게를 재조명하게 만들며, 긴 여운을 남긴다.
유리돔의 진짜 주인은 누구였는가
시리즈의 결말은 전형적인 반전을 넘어서서 시청자에게 깊은 도덕적 충격을 안긴다. 주인공을 따뜻하게 감싸던 양아버지 발터가 사실은 유년 시절 그녀를 납치했던 진범, 즉 “에키(Ecki)”였다는 설정은 보는 이를 절망케 한다.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레일라를 지배하려 했으며, 또 다른 피해자인 알리시아 역시 그의 손에 의해 감금되었다. 발터의 이중성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랑과 집착, 보호와 통제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판적 시선: 장점과 한계
《유리돔》은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훌륭한 연기, 심리적 깊이를 갖춘 뛰어난 스릴러지만, 몇몇 지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예컨대, 일부 조연 캐릭터는 깊이 없이 기능적으로만 사용되며, 사회적 메시지는 명확한 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배경 요소로 활용된 느낌이 강하다. 또한 마지막 두 에피소드에서는 다소 비현실적 전개와 개연성 부족이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북유럽 느와르의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 드라마라 평가할 수 있다.

《유리돔》은 86%라는 높은 로튼토마토 평점과 함께 전 세계 80개국에서 Top10에 진입하며 강력한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 중심에는 ‘트라우마를 딛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이라는 강력한 서사가 있다. 이 작품은 단지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정서적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이러한 정서적 공명은 다양한 문화권 시청자들에게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다.
《유리돔》은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의 잔재와 그로 인한 현재의 고통을 응시하게 만든다. ‘기억’이라는 유리돔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지 스릴러 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진실은 때로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가장 익숙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강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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