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이탈리아 시리즈 *퍼블릭 디스오더(Public Disorder)*는 단순히 경찰과 시위대 간의 갈등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권력 구조와 인간 내면의 균열을 깊이 탐구하며, 시청자들에게 폭력, 정의, 그리고 도덕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 사회의 거울: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작품의 배경은 로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 기동대의 이야기다. 그러나 퍼블릭 디스오더는 단순히 물리적 충돌이나 스펙터클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시위와 진압이라는 대립적 상황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 권력 남용, 그리고 시민 저항의 본질을 조명한다.
시위대는 단순한 폭도나 반정부 세력이 아니다. 그들은 경제적, 사회적 억압에 분노한 평범한 시민들이다. 반면, 경찰 기동대는 국가 권력을 대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작품은 이 두 집단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각자의 시점에서 그들의 선택과 행동을 조명한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다
특히 경찰 기동대원들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극 중 주요 인물인 리카르도(가명)는 팀의 리더로서 직업적 의무와 개인적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폭력적인 진압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한다. 그의 동료들 또한 각기 다른 배경과 신념을 가지고 있어, 조직 내에서도 의견 충돌과 긴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이러한 갈등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한다. 무엇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개인의 도덕적 판단은 집단의 압력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가? 퍼블릭 디스오더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 인물의 행동과 선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폭력의 순환과 도덕적 딜레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폭력이 단순히 물리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구조적 폭력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시위대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억압이라는 구조적 폭력에 저항하며, 경찰은 국가 권력을 집행하는 도구로서 이를 진압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 자신도 국가 권력의 희생자가 된다.
예를 들어, 극 중 경찰 대원 중 한 명은 폭력적인 진압 작전 중 자신의 행동에 회의를 느끼고 이를 공개적으로 고발하려 한다. 그러나 조직의 압력과 동료들의 비난 속에서 그는 고립되고, 결국 자신의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장면은 폭력의 순환이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넘어, 시스템 전체에 내재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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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과 연출의 힘
감독 미켈레 알하이크(Michele Alhaique)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사실적인 카메라워크로 이 드라마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시위 장면에서는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해 혼란스러운 현장의 긴박감을 전달하며, 경찰 기동대의 내면을 다룰 때는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포착한다.
또한, 음향 디자인 역시 뛰어나다. 시위대의 함성, 최루탄의 폭발음, 그리고 대원들의 거친 숨소리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출적 요소들은 단순히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비판적 시각과 한계
그러나 퍼블릭 디스오더가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작품이 지나치게 양쪽의 시점을 균형 있게 다루려다 보니, 특정 메시지가 희석되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경찰 기동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장면들이 시위대의 정당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작품이 제기하는 질문들은 깊이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일부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다
퍼블릭 디스오더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 권력의 남용, 그리고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요구한다.
폭력과 혼란 속에서 인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이 드라마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퍼블릭 디스오더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