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의 동결 뒤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보도들,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묻는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2009년부터 동결되기 시작하여 15년 동안 사실상 변동 없이 유지되어 왔다. 이는 정부가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는 정책적 결정의 일환이었다. 초기에는 가계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학의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고등교육의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15년 동안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을 감안하지 않은 등록금 동결은 당연히 심각한 재정난으로 이끌었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과 동시에 인건비를 동결했고,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구비를 줄이고 시설투자를 멈췄다. 이는 교육의 질 하락으로 직결됐다. 정부는 등록금 동결이 가계부담완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장기적으로 고등교육시스템을 위태롭게 할 것 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알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대학 그중 사립대학의 등록금과 관련된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간 대부분의 언론은 ‘등록금 인상’은 ‘가계 부담의 증가’로 보도해왔다.
최근 몇 개월간 언론의 보도 패턴을 보면, 처음에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의 움직임이 있다”는 식으로 경과를 전달하는 듯했으나, 이후에는 “부모 등골 휜다”, “대학 입학했더니 빚더미”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며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더 나아가 대학들이 인상을 확정한 이후부터는 “오늘은 A대학이 올렸다”, “B대학도 인상 대열 합류” 같은 식으로 연일 몇 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보도를 중계방송하듯 내보내고 있다. 마치 스포츠 중계진이라도 된 듯한 태도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이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언론은 ‘객관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중계방송하듯 보도하는 편의적 태도를 취했다. 그 결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정작 대학 재정난이 심각한 이유,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부족한 현실, 그리고 등록금 동결이 가져온 교육 환경의 악화 등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언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등록금은 대학입시 만큼이나 민감한 이슈다. 그러기에 적어도 지금 –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되었다가 처음 인상하게된 지금-시기에 등록금 인상에 대한 기사들은 단편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아니라, 현상과 문제의 본질을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발생한 대학의 재정 문제와 고등교육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문제와 고등교육에서 정부의 책임과 역할, 등록금 책정의 투명성 강화, 학생들의 장학금 지원 확대 등의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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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면, 그 부분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자체를 도덕적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건설적인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대학, 학생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은 이러한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선정적인 제목과 감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를 포함하는 보도를 늘려야 한다.
결국 대학 등록금 문제는 단순한 ‘인상 vs. 동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언론이 표면적인 이슈만을 강조하는 대신, 대학 교육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등록금 몇 % 올랐다’는 숫자 놀이만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