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달 5∼26일 192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설문결과 국내 4년제 대학 140개교 중 75%가 향후 5년간 재정 상태가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 대학 중 ‘현재보다 조금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43.6%, ‘매우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1.4%를 차지했다. 반면,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19.3%, ‘현 상태보다 안정적’일 것이라는 대학은 단 5.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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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정책, 물가 상승 등의 요인에서 기인한다. 특히 국공립대학의 81.8%, 비수도권 대학의 77.8%, 소규모 대학의 76.7%가 재정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규모와 설립 유형에 관계없이 대학 전반에 걸쳐 심각한 재정 위기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의 한계
2009년 이후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정책이 이어지면서 대학 운영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했다.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인상에 관심을 둔 대학은 55.7%로 전년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재정 부족이 대학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로 대학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운영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조사에서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를 꼽은 대학은 86.7%에 달했으며, ‘학생 모집 및 유지의 어려움'(62.9%), ‘교육을 위한 재정 투자 증가'(57.1%)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수도권과 대규모 대학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대학의 기본 운영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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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위기가 교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
대학의 재정 부족은 디지털 혁신 및 학생 지원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답 대학의 71.4%는 ‘교내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디지털 혁신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했다.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 맞춤형 학습 시스템 구축, 그리고 학생의 취업 및 창업 지원 등의 분야에서 투자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 및 하이브리드 교수-학습 옵션 제공'(60.0%)이며, ‘새로운 디지털 시설 환경 조성 및 확대'(58.6%)와 ‘학생 맞춤형 학습 모듈 구축 및 교수법 개발'(50.0%)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학생 지원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취업 및 창업 지원'(60.0%), ‘글로벌 경험 지원 확대'(55.0%), ‘사회정서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44.3%)이 중요한 투자 분야로 선정되었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등록금 인상은 대학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대학 총장들이 등록금 인상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 교육 품질 개선: 확보된 재원을 통해 디지털 혁신과 교육 시설 개선, 교수법 개발 등에 투자하여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 학생 지원 확대: 취업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글로벌 경험 제공을 통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운영 안정성 확보: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운영 비용 부담을 완화하여 안정적인 대학 운영이 가능해진다.
정부와 사회의 역할
등록금 인상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확대’와 ‘과감한 자율성 부여(입시, 등록금 등)’가 대학 총장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으로 꼽혔다. 이는 대학이 안정적인 재정 기반 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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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확대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
대학 재정 위기는 단순히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를 통해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변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