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인상률 제한이 대학 재정과 교육·연구 환경에 미친 영향 분석 –
지난 10여 년간 국내 대학 등록금은 사실상 동결됐다.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후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 재정이 악화되며 교육과 연구 환경이 후퇴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의 입법영향분석」(2023년 12월 29일)에 따르면, 이 규정이 대학 재정과 교육·연구에 미친 영향은 단순한 ‘등록금 동결’ 이상의 복합적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등록금 인상률 제한의 역사적 배경
사립대학은 1989년, 국공립대학은 2003년부터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등록금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초과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법적 인상률 제한을 초과할 경우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며, 교육부는 매년 법정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공시하도록 했다. 법 시행 이후, 2011년 국공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1.4%, 사립대학은 2.1%로 제한되었으며, 2012년부터는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인하되거나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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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목적 달성은 했지만…대학 재정은 악화
분석에 따르면 법 개정 후 등록금 인상률은 매년 동결 수준으로 유지되며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금이 가장 부담되는 교육비 항목이라고 응답한 학부모 비율은 2010년 81.3%에서 2022년 60.6%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학 재정 상황은 악화되었다. 법 개정 이후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이 법정 등록금 인상률 한도 내에서 등록금을 올렸다면, 연평균 2조 5,371억 원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 대학들은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 재정난 심화…교육·연구 투자 줄어
보고서는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모두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었으며, 이는 교육·연구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 대학의 연구 및 교육 투자 감소
2011년 이후 대학의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토지 및 건물 매입비 등의 예산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사립대학 연구비는 2011년 5,401억 원에서 2022년 4,429억 원으로 18.0% 줄었고, 실험실습비는 같은 기간 2,163억 원 → 1,598억 원(26.1% 감소), 도서구입비는 1,514억 원 → 1,128억 원(25.5% 감소) 로 나타났다.
2) 대학 등록금 수입 비중 하락
사립대학의 교비회계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2.5%였으나, 2022년에는 45.5%로 감소했다. 국공립대학 또한 등록금 수입이 2016년 1조 6,557억 원(전체 세입의 39.2%)에서 2022년 1조 3,495억 원(전체 세입의 29.0%)으로 감소했다. 반면, 학생경비(교내·외 장학금 포함)는 2011년 2조 8,960억 원에서 2022년 5조 1,042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가장학금 제도 확대로 인해 등록금 부담 완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대학 자체의 연구 및 교육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등록금 인상률 동결이 정부 정책 때문?
대학이 법률에서 정한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사실상 동결 상태가 지속된 이유는 국가장학금과 정부 재정지원사업 때문이다.
1) 국가장학금과 연계된 등록금 동결
정부는 등록금 동결 및 인하 대학에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해, 학생 유치를 고려한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었다.
2)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등록금 연계
교육부는 대학이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려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등록금 인상이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법적 인상률 범위 내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못 하는 상황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등록금 정책 개선 방안은?
보고서는 등록금 정책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① 국가장학금 II 유형 지원 기준 변경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 대신, 등록금 인상 구간을 설정해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②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등록금 연계 폐지 재정지원사업에서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하는 사업 수를 축소하여, 대학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③ 고등교육 재정 안정화 정책 마련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기적인 대학 재정 안정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 사회적 합의 필요
등록금 동결 정책은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학 재정난을 초래하면서 교육과 연구 환경 악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등록금 정책을 단순히 ‘부담 완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재정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대학,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균형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