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에 맞춘 법 개정,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딥페이크 성범죄, 현실이 된 악몽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 누구나 손쉽게 가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은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하여 존재하지 않는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데 악용되고 있다. 최근 한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새로운 형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기존의 법체계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효과적으로 처벌하지 못했다. 불법촬영물과 달리, 합성된 딥페이크 영상물은 원본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딥페이크 처벌법을 제정하기로 하였다. 딥페이크 처벌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장치가 될 것이다.
딥페이크 처벌법 개정안, 어떤 변화가 있나?
이번에 통과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딥페이크 처벌법)은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기존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반포 목적’ 삭제로 편집·합성·가공 행위 자체 처벌
기존 법에서는 ‘반포(배포) 등의 목적’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목적과 관계없이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을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단순 개인적 제작이라고 주장하며 법망을 피해가던 가해자들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2) 법정형 상향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였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유포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3) 소지·구입·저장·시청도 처벌 대상 포함
기존 법은 딥페이크 영상물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불법촬영물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을 확대하여,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는 단순 호기심이나 공유 행위로도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4) 협박 및 강요죄 신설
딥페이크 영상물을 이용해 협박·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는 피해자를 협박해 돈을 뜯거나, 성적인 착취를 유도하는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기 위한 조치다.
‘알면서’ 조항 논란과 수정 과정
법 개정 과정에서 ‘알면서’라는 문구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시청 처벌’ 조항에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하려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가해자의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법적으로,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알면서’라는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해당 문구는 삭제되었다. 이는 법이 실효성을 갖추도록 하는 중요한 수정이었다.

법 개정만으로 충분할까?
이번 개정안은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1) 수사 및 단속 강화
딥페이크 제작·유포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 없이는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방안’에는 위장수사 및 비공개 수사를 활용한 강력한 단속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2)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유튜브, 트위터(X),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국내 법률만으로 해외 사업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딥페이크 영상물 삭제 및 차단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3)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확대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중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단순한 법적 처벌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은 시작일 뿐
딥페이크 처벌법 개정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강력한 수사, 플랫폼 규제, 예방 교육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사회는 이에 발맞춰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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