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의 나’가 보내온 인생의 두 번째 기회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 꿈을 품고 자란다. 그 꿈은 때론 일기장 한쪽에, 혹은 다이어리 속 ‘버킷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목록은 삶에 치여 잊히기 일쑤다. 넷플릭스 영화 《The Life List》는 바로 그 잊고 살았던 ‘순수한 나의 기대’를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단지 사랑에 대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 어쩌면 모든 어른들이 한 번쯤 마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내가 기대했던 삶을 살고 있는가?”
주인공 알렉스(소피아 카슨 분)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나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관객은 금세 그녀가 표면적인 안정보다 훨씬 더 깊은 정체 상태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꿈꾸던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엄마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연인도 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의 어머니 엘리자베스(코니 브리튼 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언장에 담긴 ‘과제’ — 엄마가 남긴 미션
알렉스는 엄마의 유산을 기대하지만, 그녀가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오래된 DVD와 종이 한 장이다. 그것은 13살의 자신이 적어두었던 ‘라이프 리스트’ — 버킷리스트였다. 엄마는 유언을 통해 알렉스에게 이 리스트를 1년 안에 전부 완료해야만 유산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리스트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하기’, ‘클래식 피아노 배우기’, ‘뉴욕 닉스 선수와 농구하기’, ‘진짜 사랑을 찾기’ 등 당시엔 해맑고 철없지만 순수한 바람들이 담겨 있다.
이제 알렉스는 차례로 리스트를 수행해가며, 매 미션이 끝날 때마다 어머니가 생전에 녹화해둔 새로운 DVD 영상을 받는다. 어머니는 죽은 뒤에도 딸을 위해 ‘삶의 수업’을 이어간다. 감정적이고 진심 어린 조언들은 단순한 과제가 아닌, 딸이 ‘다시 자기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다.

로맨스보다는 성장에 방점 찍힌 ‘자기 회복 서사’
영화는 명확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지만, 진짜 중심축은 사랑보다도 ‘자기 회복’에 있다. 초반에 알렉스는 좀 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리스트를 하나씩 수행하며 서서히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다. 그녀는 오랜 시간 꿈에서 멀어졌던 자신을 자각하고, ‘진짜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로맨틱한 서사는 두 명의 남성과 함께 펼쳐지는데, 그 중 브래드(카일 앨런 분)가 결국 알렉스의 진정한 사랑으로 자리 잡는다. 엄마가 남긴 네 가지 질문 — “그가 친절한가?”, “마음을 열 수 있는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 “그를 내 아이의 아버지로 상상할 수 있는가?” — 는 영화의 중심 철학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상실의 슬픔’과 ‘치유의 여정’ 사이에서
《The Life List》는 단순히 달달한 로맨스 영화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지점은 바로 ‘엄마와 딸의 관계’에 있다. 영화는 사랑과 상실, 회한과 회복을 어우르며 감정선에 깊이를 더한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관객은 DVD를 통해 엄마가 살아서 딸을 품고 있는 듯한 따뜻한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설정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영화적인 마법이다. 영화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빌려와, 사랑은 기억 속에서도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한다.
아쉬운 점도 존재하지만…
몇몇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고 지적한다. 주인공의 성장이 다소 급작스럽고, 진짜 내면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The Life List》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바로 주인공이 ‘어머니를 통해 다시 자기 삶을 돌아보고,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이 꿈꾸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그때 그 꿈’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마저도 무너지거나 잊히거나 미뤄지기 일쑤다.

하지만 알렉스는 리스트를 통해 다시 삶을 정비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집에서 새해 파티를 여는 모습은 그야말로 “내가 이만큼 성장했어”라고 선언하는 장면이다.
《The Life List》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삶의 리마인더’이다. 리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주인공은 단지 엄마의 유산을 물려받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진짜 바라는 인생은 무엇인가?” “그 목록은 아직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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