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부산물의 새로운 활용법,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
맥주를 마실 때 우리는 보통 금빛으로 빛나는 한 잔의 맥주를 떠올린다. 하지만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찌꺼기, 즉 맥주 찌거기와 맥주박(Brewers’ Spent Grain, BSG)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찌꺼기와 맥주박은 세계적으로 연간 약 3,700만 톤이나 배출되며, 맥주 한 리터당 약 200g의 부산물이 생긴다. 이 거대한 양의 부산물은 지금까지 주로 가축 사료로 활용되거나 일부는 매립지로 보내졌지만, 이제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이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건 우유, 가죽 대체품, 건강 식품 원료 등 다양한 제품으로 변신하는 맥주 찌거기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맥주박, 환경 문제에서 자원으로
맥주박은 맥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폐기물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으로 맥주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부산물도 함께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양이 여전히 버려지고 있다. 현재 맥주박의 약 70%가 가축 사료로 활용되지만, 나머지 20%는 여전히 폐기되고 있다. 특히 매립될 경우 부패하면서 메탄가스를 배출하여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기술의 발전 덕분에 맥주박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비건 우유로 재탄생하는 맥주박
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여 인간이 직접 섭취할 수 있는 원료로도 적합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스위스 스타트업 업그레인(Upgrain)은 맥주박을 활용한 비건 보리 우유(Barley Milk) 생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일반적인 식물성 우유보다 높은 단백질 함량을 자랑하며, 기존 대체 우유보다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의 글로벌 맥주 기업 AB 인베브(Anheuser-Busch InBev)와 미국 시카고 기반의 몰슨쿠어스(Molson Coors)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몰슨쿠어스가 출시한 골든 윙(Golden Wing)은 기존 오트밀크보다 당 함량이 25% 적으면서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이처럼 맥주박을 활용한 비건 우유는 기존의 식물성 우유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맥주박에서 가죽이 탄생하다
맥주박은 식품뿐만 아니라 가죽 대체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신생 기업 아르다 바이오머티리얼(Arda Biomaterials)는 맥주박에서 가죽 대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인조가죽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맥주박을 활용한 가죽은 환경 친화적인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아르다 바이오머티리얼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가죽 대체품은 맥주 종류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기네스 같은 흑맥주에서 나온 맥주박은 자연스러운 검은색을 띠는 반면, 라거 맥주에서 나온 맥주박은 갈색 계열로 제작될 수 있다. 현재 이 가죽 소재는 지갑, 가방, 카드 홀더 등 다양한 제품으로 테스트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대량 생산을 위한 시설이 가동될 예정이다.
건강식품 원료로도 활용되는 맥주박
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여 건강식품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의 아그레인(Agrain)과 아일랜드의 비아솔(BiaSol) 같은 기업들은 맥주박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섬유질을 이용해 빵, 피자, 그래놀라, 감자칩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기업 Prefer는 맥주박을 활용한 커피 대체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 중이다. 일반적인 커피보다 환경 부담이 적고 지속 가능한 대체재로 평가받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맥주박, 지속가능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
맥주박의 활용 가능성은 식품과 가죽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의 바이오테크 기업 Äio는 맥주박과 농업 폐기물을 이용해 팜유 대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삼림 벌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으며, 이를 대체할 친환경 원료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영국과 이탈리아의 연구진들은 맥주박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맥주박에 포함된 리그닌과 셀룰로스를 활용하여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 분해가 가능한 소재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향후 포장재, 농업용 필름, 일회용 식기 등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맥주박의 미래, 순환 경제를 선도하다
맥주박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이끄는 핵심 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맥주박 활용 방식인 가축 사료와 바이오가스 생산을 넘어, 비건 우유, 대체 가죽, 건강식품, 바이오 플라스틱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제 소비자들도 친환경적인 소비를 고려해야 할 때이다. 맥주박을 활용한 제품들은 단순히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가 마시는 맥주 한 잔이 환경을 생각하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이러한 혁신적인 제품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