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교환막 없이도 안정적인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 저비용·친환경 ESS 상용화 앞당긴다
신재생 에너지 시대,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필요성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ESS는 높은 비용과 화재 위험, 환경 문제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부산대, 차세대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 성공
부산대학교 나노에너지공학과 박민준 교수 연구팀은 에너지 저장장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이온교환막을 제거한 새로운 형태의 ‘장수명 저비용 아연-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했다. 이온교환막은 레독스 흐름 전지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부품으로, 그 제거는 비용 절감과 함께 전지의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펌프 순환형 스택 구조 설계를 통해 전해액의 원활한 순환을 가능하게 했으며, 고가의 바나듐 대신 저비용의 아연과 망간을 사용해 경제성을 높였다. 또한, 친환경 아미노산 첨가제를 적용함으로써 전지의 가역성과 수명을 대폭 향상시켰다.
ESS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레독스 흐름 전지란?
레독스 흐름 전지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액을 이용해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충전식 배터리이다. 용량과 출력을 별개로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장수명과 높은 안전성 덕분에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로 적합하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과 연계해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데 활용되며, 전력 피크 시간에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도 가능하다. 또한, 병원이나 데이터 센터와 같이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환경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레독스 흐름 전지는 높은 제조 비용으로 인해 상용화가 제한적이었다. 이온교환막을 제거한 새로운 전지는 이러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존 전지 대비 10배 이상의 수명을 제공할 수 있어 향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펌프 순환형 스택 구조의 혁신적 설계
부산대 연구팀이 개발한 전지는 기존 연구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펌프 순환형 스택 구조의 문제를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전해액이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레독스 흐름 전지에서는 전해액의 원활한 흐름과 반응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스택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전해액의 혼합을 방지하고, 전극의 불안정성을 해결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온교환막을 제거하면 전해액이 섞이는 문제와 전극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발생해 실용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정교한 격막 설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기술의 실용성을 높였다.
저비용·고효율, 아연-망간 기반 전지의 가능성
기존 레독스 흐름 전지는 대부분 바나듐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높은 비용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부산대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연과 망간을 사용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아연은 전자를 주는 역할을 하고 망간은 전자를 받으며 안정적인 전기 생성 과정을 수행한다. 바나듐에 비해 가격이 낮고 안전성이 뛰어나 화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연구팀은 양극과 음극에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친환경 다기능 아미노산 첨가제를 적용해 전지의 수명과 용량을 향상시켰다. 이 첨가제는 전해액 내 화학 반응을 최적화해 전극의 손상을 방지하며, 전지의 충·방전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향후 전망
부산대 연구팀이 개발한 아연-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는 기존 전지 대비 10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록하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에너지 저장장치의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친환경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박민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한 ESS 보급을 위한 중요한 도약이 이루어졌으며, 친환경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의 상용화가 한층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3월 3일자에 게재되며 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 신진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부산대학교 나노에너지공학과 박민준 교수팀과 강준희 교수팀, 국립부경대학교 오필건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향후 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대규모 전력 저장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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