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교원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발표… 29명 징계 요구, 평가원도 문책
공교육의 신뢰 흔든 문항 거래, 전국적 실태 드러나
감사원이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카르텔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 결과, 249명의 교원이 사교육업체와 불법적으로 문항을 거래하며 총 212억 9천만 원을 수취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 감사는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5천만 원 이상을 사교육업체로부터 받은 교원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서울·경기·부산 등 6개 광역시 고교 교원을 중심으로 점검이 이루어졌으며, 조직적인 문항 거래, 수능 출제업무 방해 등 중대한 비위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사교육카르텔과 관련된 비리와 그로 인한 공교육의 신뢰 저하에 대한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93.4%인 198억 8천만 원에 달했으며, 특정 지역(대치동·목동 등)에서는 대형 사교육업체와의 유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수학 과목에서 집중 거래… 수능 출제 경험 교원이 핵심 역할
조사에 따르면 문항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과목은 과학(31.1%)과 수학(26.8%)이었다. 이는 대학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과목으로, 사교육 수요가 집중되면서 문항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원이 주요 거래자로 드러났으며, 일부 교원은 EBS 교재 집필진 경력을 내세워 문항 판매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교육업체들은 이러한 교원들의 출제 능력을 적극 활용해 사설 모의고사나 입시 교재를 제작했다.
사교육업체와 교원의 문항 거래 방식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문항 거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사교육업체와 1:1 개별 거래
- 학원 강사 또는 출판사 관계자가 직접 교원에게 접근하여 문항을 구매
- 주로 구두 계약을 통해 진행되며, 난이도에 따라 문항당 가격 차등 적용
- 문항 제작팀 조직
- 사교육업체가 직접 문항 제작팀을 구성하고 교원을 팀장으로 고용
- 일부 교원은 팀을 직접 운영하며 동료 교원들을 모집하여 문항 공급
- 문항 공급 조직 운영
- 출제 경력이 있는 교원이 스스로 문항 제작 조직을 결성하여 사교육업체와 계약
- 조직 내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문항을 다량 공급
- 배우자 또는 가족 명의 사교육업체를 이용한 거래
- 배우자가 운영하는 교육 관련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항을 제공
- 일부 교원은 문항을 구매한 사교육업체의 교재 출간 과정에까지 개입
- 학교 시험 문제와 문항 중복 출제
- 일부 교원은 자신이 판매한 문항을 소속 학교 시험 문제로 그대로 출제
- 특정 사교육업체에 판매된 문항이 고등학교 시험에 그대로 등장한 사례 다수 발견
이러한 문항 거래 방식은 공교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수능 및 내신 시험의 변별력을 저하시켜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수능 출제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 발견
감사원은 교원의 문항 거래 외에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출제 과정에서 검토 소홀 및 이의신청 부당 처리 사례를 적발했다.
-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한 지문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이 이를 검토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함
-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349건 중 126건(36.1%)이 중대 사안으로 분류되었으나, 내부 검토 과정에서 단순 사안으로 변경하여 무마
이와 관련하여 평가원 내부 관계자들이 외부 학회 자문 절차를 무시하고, 사전 워크숍에서 명확히 안내된 ‘사설 모의고사 출제 금지 지침’을 어긴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평가원 관계자들에 대해 정직·경징계·해임 등의 문책을 요구했다.
불법 학원 강의 및 입학사정관의 학원 취업도 적발
이번 감사에서는 교원의 문항 거래 외에도 불법 학원 강의와 입학사정관의 학원 취업 등 불법 사례가 추가로 적발되었다.
- 중·고교 교원 18명, 대학 교수 5명이 학원에서 불법 강의
- 학원법 제3조(교원의 학원 강의 금지)를 위반하여 사설 학원에서 강의 진행
-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일부 교원의 학원 강의 이력이 등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
- 퇴직 입학사정관 10명이 입시 컨설팅 학원에 취업
- 현행법상 입학사정관은 퇴직 후 3년간 학원 취업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입시 컨설팅 업체에 취업하거나 직접 학원을 설립한 사례 확인

감사원,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 강력한 조치 요구
감사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
- 교원의 영리업무 금지 위반 사례에 대한 강력한 지도·감독 강화
- 수능 출제 과정의 문항 중복 검토 및 이의신청 처리 절차 개선
- 입학사정관의 학원 취업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 추진
- 불법 학원 강의를 한 교원 23명에 대한 고발 조치
- 문항 거래 적발 교원 249명 중 29명 징계 요구, 나머지 220명은 교육부에 적정 조치 요청
감사원은 “공교육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교원의 사교육시장 개입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