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 영국 교육의 전환점인가?
2025년 영국 대학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학비 동결, 인플레이션, 국제 학생 유입 감소, 연구 지원금 축소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치며 대학 운영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교수진 해고와 학과 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대학들은 해외 캠퍼스 설립과 새로운 교육 모델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대학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본 연재는 현재 영국 대학이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분석하고, 그 영향과 향후 방향을 조망해본다.
재정난의 근본 원인과 구조조정의 현실
영국 대학의 재정난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2017년 이후 영국 정부가 학비를 9,250파운드로 동결하면서 대학의 수입이 감소했고,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며 대학 운영비가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 학생 유입이 줄어들면서 수입원이 더욱 축소되었다. 일부 대학은 연구 지원금 감소로 인해 주요 연구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들의 연구비 지원이 감소하면서 대학의 연구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난 속에서 많은 대학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2월 현재, 영국 주요 대학 중 25%가 인력 감축을 발표했으며, 예상되는 해고자 수는 최대 10,000명에 달한다. 카디프 대학은 간호학과를 포함한 주요 학과의 폐지를 발표했고, 러셀 그룹 대학들도 연구 중심 학과에서 인력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과 연구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조치이다.
인문·예술학과의 붕괴와 사회적 영향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타겟은 인문·예술학과이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역사, 철학, 문학, 음악, 종교학 등 인문학과 예술학과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골드스미스 대학, 켄트 대학, 카디프 대학 등에서 인문·예술 관련 학과 폐지가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대학의 과목 개편에 그치지 않는다. 인문·예술 교육이 줄어들면 사회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기를 기회가 감소하고,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해당 학문을 공부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영국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대학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영국 대학들은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해외 캠퍼스 설립이다. 최근 영국 대학들은 인도, 중국, 중동 등 신흥 교육 시장에 주목하며 해외 캠퍼스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2월, 사우샘프턴 대학은 인도 구르가온에 캠퍼스를 개설한다고 발표했고, 뉴캐슬 대학, 서리 대학, 코번트리 대학도 인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등 교육을 제공하며, 현지 학생들을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 확장이 영국 본교의 교육과 연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일부 대학은 온라인 교육과 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확대해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비를 확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국 대학의 미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영국 대학의 위기는 단순한 재정난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성과 대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학이 과거처럼 연구 중심 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직업 교육 중심 기관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지원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본 연재를 통해 영국 대학의 현재 위기를 분석하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향후 기사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의 세부적인 내용과 그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새로운 교육 모델과 해외 확장의 가능성을 탐색할 것이다. 영국 대학이 처한 이 위기는 영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대학이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을 넘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