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세계적 현상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학이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변화의 시작
한때 대학은 개인의 미래를 보장하는 필수적인 단계로 여겨졌다. 학위를 취득하면 보다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소득이 보장되었고, 이는 교육 시스템과 경제 구조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이제 그 전제는 흔들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대학 등록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사회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학령인구 감소, 고등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노동 시장의 변화가 맞물려 대학을 향한 전통적인 기대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학의 생존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이 요구되는 시대,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번 연재에서는 미국 서부 주간 고등교육 위원회(WICHE)의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학의 위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을 담아낼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의 위기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선진국들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출생률 감소와 함께 대학 입학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을 직면하고 있다.
▶ 미국: 2025년 이후 대학 입학자원 감소
미국에서는 Knocking at the College Door: Projections of High School Graduates (2024)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대학 등록률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2025년 390만 명을 정점으로 2041년까지 340만 명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38개 주에서 졸업자 수가 줄어들며, 특히 북동부(Northeast)와 중서부(Midwest) 지역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
고등학교 졸업생 감소는 대학 등록률 하락과 대학의 재정난 심화로 이어지며, 일부 대학은 폐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사례는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대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일본: 지방대의 폐교 위기와 대학의 역할 재편
일본 역시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은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과감한 구조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3년 지방대학 통폐합 및 연구중심 대학 육성 정책을 발표하며, 경쟁력이 낮은 대학들의 자율적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성인 학습자 유치 및 전문 교육 강화: 일본 대학들은 청년층 학생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직장인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첨단 기술 및 인공지능(AI)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 유럽: 대학이 직업교육 기관으로 변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대학의 기능을 전통적인 학문 연구 중심에서 직업 교육 및 실무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독일의 듀얼 시스템(Dual System):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제공하는 직업교육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그랑제꼴(Grandes Écoles) 개혁: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원 중심의 그랑제꼴 시스템을 개편하여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학이 단순히 학문 연구 기관이 아니라, 보다 실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한국 대학,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 역시 미국과 유사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인해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향후 대학 입학 정원 미충원 사태가 본격화될 전망이고, 2036년에는 대학 정원의 절반만 충원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대학의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으며, 일부 대학들은 이미 폐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입학자원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자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재를 통해 다룰 주요 내용
이번 연재에서는 미국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학령인구 감소 분석과 대응 전략을 정리하고, 한국 대학들이 이로부터 배울 점을 탐색하는 과정을 담아낼 것이다.
- 1편: 미국 대학의 위기와 학령인구 감소 현상의 현실
- 2편: 미국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전략 분석
- 3편: 한국 대학이 배워야 할 시사점과 정책 방향 제안
이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 변화, 학비 부담 완화, 성인 학습자 유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탐색할 예정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등록률 하락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다. 이제 한국 대학들도 새로운 교육 모델과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연재는 3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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