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의 위기와 RISE 정책의 등장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지방 대학의 생존 위기
지난 20여 년간 대한민국의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해왔다. 2000년대 초반 대학 입학 정원이 학령인구를 초과하던 시절과 달리, 최근에는 대학이 정원을 채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대학 입학 대상자의 수는 40만 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며, 이는 2020년 대비 10만 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방 대학들은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도 지방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 위치한 주요 대학들은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며 학생 유치를 확대해가고 있다. 반면, 지방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의 30% 이상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일부 대학은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방 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했다. 정부 역시 지방 대학의 위기가 지역 경제와 고등교육 체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새로운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이다.
RISE 정책이란 무엇인가?
RISE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대학 지원 정책이 중앙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RISE는 지자체가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지역 맞춤형 교육과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이 정책은 기존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들과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한다. 대표적인 기존 정책으로는 ▲산학협력 중심대학 사업(LINC), ▲혁신융합대학 사업(RIS),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HiVE), ▲지역대학 혁신지원사업 등이 있었지만, 이들 사업은 중앙 정부 주도의 일괄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지역 맞춤형 전략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RISE는 “지역 주도로 지역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중앙-지역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대학과 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RISE 정책의 추진 배경 : 지방 대학과 지역 경제의 연결성 강화 필요성
지방 대학의 위기는 단순한 고등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인구 감소와 경제 쇠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방 대학의 축소는 곧 지역 내 청년층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지역 경제의 연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즉, 대학이 단순히 교육 기관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혁신을 주도하는 중심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 속에서 등장한 RISE 정책은 지역 대학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허브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지역 산업과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RISE 정책의 핵심이다.
기존 대학 지원 정책과의 차별성
기존의 대학 지원 정책들은 중앙 정부가 직접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지역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이에 반해 RISE 정책은 각 지역이 직접 대학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혁신 전략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중앙 정부는 전체적인 방향성과 평가 기준을 설정하지만, 실질적인 운영과 예산 배분은 지역 단위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과 지역의 실질적인 협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은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받는 수혜 기관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2025년부터 시행될 RISE 정책의 주요 내용 : 사업 운영 방식과 예산 지원 계획
RISE 정책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20조 1000억 원을 투입하여 추진된다. 예산의 일부는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지자체는 국비 대비 20% 이상의 지방비를 매칭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각 지역은 5개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대학과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성과 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RISE 정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중앙-지역 협력 거버넌스 체계이다. 이를 위해 RISE위원회가 중앙 및 지역 단위에서 각각 구성되며, 지역위원회는 지자체장과 지역 대학 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이 위원회는 RISE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선정하며,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RISE 정책의 기대 효과
RISE 정책은 단순한 대학 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지방 대학은 지역 경제 발전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지역 산업과 협력하여 실제적인 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향후 2회차 연재에서는 RISE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주요 전략, 그리고 도전 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