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함 속의 진심, 웃음과 감동을 전한 신연식 감독의 스포츠 드라마
영화의 제목이자 전부인 ‘1승’. 이 짧고 강렬한 단어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정체성을 요약한다. 스포츠계에서의 ‘승리’는 종종 전부로 여겨지지만, <1승>은 그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절실함과 서툰 희망을 유쾌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1승>은 지도자로서의 성공은커녕 인생 자체가 연패 중인 김우진 감독(송강호)이 해체 직전의 여자 프로배구팀 ‘핑크스톰’의 감독직을 맡으며 시작된다. 그의 삶은 파산, 이혼, 퇴출로 점철되었고, 선수 시절에도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왔다.
새 구단주 강정원(박정민)은 배구에 대한 이해도는 전무하지만 “딱 한 번만 이겨라!”라는 파격 공약과 함께 20억 원의 상금을 걸고, 이 팀을 대중의 시선 속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패배에 익숙한 자신’들이었다.

오합지졸,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바로 선수 개개인의 다채로운 개성과 배경이다. 김우진 (송강호): 20세기 화법을 고수하며 세상과 엇박자를 내는 감독. 그러나 그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상처가 있다. 강정원 (박정민): 관종 기질을 가진 재벌 2세 구단주. 통념을 깨는 경영 스타일이 돋보인다. 방수지 (장윤주): 클럽 죽순이에 만년 벤치 멤버, 하지만 팀의 구심점이자 현실적인 언니. 유키 (이민지): 배구도, 한국어도 유창한 일본인 용병 리베로. 귀여운 외형과 일본어 개그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이민지의 캐릭터는 “스포츠 영화 신스틸러”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만큼 매력적이다.
스포츠 영화로서의 1승: 경기의 열기와 인간 드라마
<1승>은 국내 최초의 본격 배구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실제 선수 출신 배우들과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김연경, 한유미 등)의 카메오 출연이 몰입감을 높였다. 리시브, 블로킹, 스파이크 장면은 영화적 연출을 넘어서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리얼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일부 비평에서는 스포츠 장면이 ‘전개 속도’를 위해 압축되다 보니 감정선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송강호는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카드’다. 그가 연기하는 김우진은 냉소와 자기불신, 타성과 절망을 동시에 품은 인물이다. 그러나 송강호는 이 복잡한 정서를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연기해낸다. 그가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클리셰를 비껴간다. 특히 “정상에서 내려오면 계곡도 있고 시냇물도 있다”는 대사는 진부함을 뚫고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기존에는 <페어러브>, <조류인간>, <로마서8:37> 등 비교적 실험적이고 예술지향적인 영화를 연출했던 신연식 감독이, <1승>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적 정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포츠의 외형을 입고 있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사람의 이야기’다. 중심은 ‘패자들의 연대’다. 이들은 승부가 아니라, ‘존엄’을 위한 싸움을 한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져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뛰는 것이다.
그러나 <1승>이 전개하는 서사에는 간혹 이질감이 흐른다. 선수들과 감독의 변화가 뚜렷하게 쌓이지 않아, 어떤 장면에서는 “왜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졌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노컷뉴스. 감정의 설득력이 부족한 순간, 서사의 깊이가 얕아진다. 또한 스포츠 장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스포츠 영화가 주는 ‘땀과 열기, 긴장감’이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1승>은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틀을 ‘사람’으로 채운다. 단 한 번의 승리조차 얻기 힘든 사람들, 세상의 끝에서 손을 내민 사람들이 모여 일으킨 감동의 한 방. 비록 우승은 못해도, 마침내 이룬 ‘1승’은 그 어떤 트로피보다 값졌다. 그들이 함께 걸어낸 시간, 그것이 진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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