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현실의 간극, 거대 예산이 만들어낸 허망한 결과물
거대한 스케일의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거대 예산을 투자하여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루소 형제가 연출을 맡은 일렉트릭 스테이트(The Electric State)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원작인 사이먼 스탈렌하그(Simon Stålenhag)의 2018년 동명 그래픽 노블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로봇 간의 대립과 사회 붕괴를 그린다. 하지만 영화가 과연 원작의 깊이를 살렸는지, 그리고 3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할 가치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로봇 혁명의 잔해 위를 걷다
영화는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소녀 미셸(밀리 바비 브라운 분)이 동생 크리스토퍼를 찾기 위해 로봇 키드 코스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과거 인간과 로봇 간의 전쟁에서 패배한 로봇들은 ‘배제 구역(Exclusion Zone)’에 갇혀 있으며, 인간들은 VR 헬멧을 통해 가상 세계에 몰입하며 현실을 도피한다. 미셸은 우연히 자신의 동생이 살아 있다는 단서를 발견하고, 불법 물품을 밀수하는 스머글러 키츠(크리스 프랫 분)와 함께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을 뒤쫓는 것은 거대 테크 기업의 수장 이단 스케이트(스탠리 투치 분)와 정부의 감시망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사회적 은유가 담겨 있다. 로봇과 인간 간의 갈등은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연결된다. 또한 VR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현재의 디지털 중독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요소들이 영화에서 깊이 다루어지기보다는, 단순한 배경 설정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시각적 디자인과 세계관 구축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압도적인 비주얼이다. 레트로퓨처리즘을 기반으로 한 폐허가 된 미국의 모습, 잔해가 된 전쟁 기계들, 그리고 인간을 위해 설계된 다양한 로봇들은 SF 팬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실제로 많은 리뷰어들은 영화의 미술과 디자인에는 호평을 보냈다. 원작의 삭막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거대한 스케일의 디스토피아적 배경은 한 번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 디자인은 매우 독창적이며, 개별적으로 보면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키드 코스모의 디자인,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한 로봇 캐릭터들은 시각적으로나마 영화의 매력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들이 단순한 장식에 그치고, 서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허술한 스토리와 감정 없는 연기
단조로운 캐릭터와 예상 가능한 플롯
하지만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에 있다. 원작의 감성적 깊이를 거의 살리지 못하고, 단순한 추격전과 전투 장면으로 채워졌다. 캐릭터들도 입체적이지 않으며, 특히 미셸은 감정적인 몰입이 어려운 주인공이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반항적인 10대 소녀’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녀와 키드 코스모 간의 유대감도 억지스럽다. 키츠(크리스 프랫 분)의 역할도 한결같이 반복되는 익숙한 캐릭터이며, 악역 이단 스케이트는 단순한 탐욕스러운 기업가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산만한 연출과 과한 유머
루소 형제의 연출 스타일은 마블 영화에서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나,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영화는 가끔 가벼운 유머를 시도하는데, 이는 어두운 세계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조화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영화의 대사와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감정적인 순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기대를 채우지 못한 SF 대작, 타임킬링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SF 영화
The Electric State는 거대한 예산과 인기 배우들을 앞세워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시각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빈약한 스토리와 평면적인 캐릭터, 그리고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연출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블록버스터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으며, SF 장르의 팬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원작의 감성을 살린 작품을 기대했다면, The Electric State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타임킬링용 오락 영화로 본다면, The Electric State는 그럭저럭 볼 만한 작품이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SF적 설정이 흥미롭긴 하지만, 깊이 있는 서사를 기대하기보다는 단순한 볼거리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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