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과열이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 분석… 교육 불평등, 수도권 인구집중, 저출산까지
입시경쟁, 이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다
대한민국의 입시경쟁 과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분석한 결과, 입시경쟁이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사교육 부담 증가, 교육기회 불평등, 수도권 인구집중, 저출산 심화, 청소년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 저하 등 전반적인 사회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학생의 잠재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역이라는 점이 입증되면서,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계층 이동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시경쟁은 부모와 학생의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사교육 부담, 가계경제를 압박하다
역대 최고 사교육비 지출, 불평등 심화
입시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한민국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치인 26조 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증가하여, 2023년 고등학생 중 월평균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비서울 간의 사교육비 격차도 뚜렷하다. 2023년 기준 서울의 고등학생 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읍면 지역보다 1.8배 높았으며, 특히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전국 평균을 2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교육 격차
사교육비 부담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내에서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보다 2.3배 높다. 저소득층 가구는 전체 가계소비지출의 27% 이상을 사교육비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입시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었다. 즉, 경제력이 충분한 가구는 더 많은 사교육을 제공하여 자녀의 대학 입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 가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교육기회 불평등, 지역 간 격차 심화
상위권 대학 입학생, 서울 출신 쏠림 현상
입시경쟁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은 결국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의 교육기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2018년 기준 서울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했지만, 서울대 신입생 중 서울 출신 학생 비율은 32%로 두 배에 달했다. 특히 강남 3구 출신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은 더욱 극단적이다. 강남 3구 출신 일반고 졸업생은 전국 대비 3.4%에 불과했지만, 서울대 입학생 중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12%를 차지했다.
부모 경제력과 거주지역이 입시 결과를 좌우한다
보고서의 실증분석 결과, 상위권 대학 진학률의 차이는 학생의 잠재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역에 의해 결정되는 비율이 7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비서울 간의 서울대 진학률 격차를 분석한 결과, 격차의 92%는 거주지역 효과(부모 경제력, 사교육 환경 포함)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입시경쟁의 구조적 불균형은 소득 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결정되는 불공정한 시스템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과 저출산, 입시경쟁이 불러온 또 다른 문제
교육환경을 따라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
서울 강남·서초 지역은 입시경쟁이 치열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에 따라 명문고 진학과 사교육 인프라를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전입 초중학생 비율은 2011년 0.3%에서 2023년 2.6%로 증가했고,
강남·서초 전입 초중학생 비율은 2011년 0.9%에서 2023년 3.0% 였다. 이처럼 교육열로 인해 수도권 인구집중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과 지역 간 부동산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교육 부담과 저출산 문제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교육비 부담이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저출산 및 만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5.7%가 교육·양육비 부담을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았다. 교육비 부담이 낮은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도권에서는 출산율이 현저히 낮은 경향이 지속되었다. 서울과 지방 간 주택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저출산 문제가 악화된다. 입시경쟁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한국의 입시경쟁은 더 이상 단순한 교육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기회 불평등,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심화, 청소년의 정서불안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이제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입시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효과와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