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교육부는 대규모 재정 인센티브를 통해 대학 무전공(전공 자율선택제) 선발 확대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25학년도에는 전국 73개 대학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이 28.6%에 달할 정도로,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3만7935명을 무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의욕적인 정책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의 무전공 전형 경쟁률이 평균 경쟁률보다 낮고, 지방대학의 경우 충원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문제의 핵심을 보여준다.
낮은 경쟁률과 그 원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의 무전공 전형 경쟁률은 일반 학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서울대 무전공 전형의 경쟁률은 3.7대 1로, 전체 평균 3.9대 1에 못 미쳤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도 각각 2.9대 1과 3.8대 1로, 전체 평균 경쟁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학생들이 학과 선택의 자유로움보다는 명확히 정해진 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무전공 전형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종종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더 큰 동기를 느낀다.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시작한 선장이 길을 잃기 쉬운 것처럼, 명확한 전공 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많은 학생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주요 대학의 무전공 전형 지원자 중 상당수는 의대, 컴퓨터공학 등 특정 인기 전공으로 진학하려는 목적을 가진 학생들로, 무전공 전형을 단순히 입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무전공 전형이 본래 의도했던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충원 문제와 구조적 한계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무전공 전형의 인기가 낮은 상황에서, 지방 대학들은 훨씬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 대학의 경우 재정적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무전공 전형을 확대했으나,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인해 충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비율이 대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방대학은 기존 학과 정원을 줄이고 무전공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학생 모집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마치 물길이 한곳으로만 몰려들어 다른 강줄기가 점차 메말라 가는 것과 같다. 지방 대학의 무전공 전형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분산시키기보다, 오히려 지역 대학의 생존 가능성을 더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무전공 전형의 확대는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진로 설계 지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기 학과에 대한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별로 진로 설계 지원 체계의 수준과 질이 상이하기 때문에, 지역별 및 대학별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적 강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가 대학 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을 통해 무전공 선발 확대를 강요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전공 전형을 도입하거나 확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으로, 각 대학의 특성과 지역적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 강제는 마치 억지로 굽은 나무를 펴려는 것과 같다.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외부의 힘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면 나무는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단기적인 재정 지원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만약 재정 지원이 줄어들 경우, 무전공 전형의 확대에 따른 구조적 문제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학들이 현재의 재정적 유인을 이유로 학과 구조를 변경했다가, 이후 정부 지원이 축소되었을 때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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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공 전형의 방향성 재검토 필요
무전공 전형의 취지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전공 없이 입학해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고, 졸업 전 전문 분야를 선택함으로써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 대학별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학별로 맞춤형 상담과 멘토링 프로그램, 전공 설계 과목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마치 초원을 자유롭게 뛰놀던 가축들이 적절한 울타리를 통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과 같다. 또한, 특정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공별 정원 배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대학에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될 때, 무전공 전형이 본래 취지에 맞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재정적 유인에 의한 무전공 전형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자율권에 맡겨져야 하며, 대학은 지역적 특성과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흐르는 강물은 자연스러운 방향을 따라 흘러야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무전공 전형이 성공적인 교육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압적 정책이 아닌, 대학과 학생 모두를 위한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