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DeepSeek) 모델에서 시작된 교육 대전환… AI 기반 개방형 플랫폼으로 세계 주도권 노린다
딥시크(DeepSeek)가 불러온 혁신의 파장
2024년 말, 중국이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딥시크(DeepSeek)’가 공개되면서, 중국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에 커다란 반향이 일었다. 그 여파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서,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려는 국가적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딥시크의 성공을 계기로 대학 중심의 오픈소스 AI 생태계 조성을 핵심 과제로 삼고,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을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는 2025년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베이징 중관촌(Zhongguancun)에서 열린 연례 과학기술 포럼에서 이러한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과학기술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무원, 베이징시 정부, 그리고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등 대표 연구기관이 주도했으며, 딥러닝, 양자기술, 스마트 제조, 우주기술 등 최첨단 분야를 아우르는 총 128개의 세션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 산하 과학기술정보화국의 저우 다왕(Zhou Dawang) 국장은 “딥시크 모델의 공개는 교육 시스템 내 새로운 AI 열풍을 촉발시켰다”며, “이제 우리는 교육 전반에 오픈소스 AI를 심층적으로 통합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80% 대학이 LLM에 접근, 63%가 AI 교육 개설
중국의 AI 교육 보급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저우 국장은 “현재 중국 내 국가급 공립대학의 80%가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접근하고 있으며, 63%는 이미 AI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로, 정부 주도의 일사불란한 추진이 빛을 발하고 있다.
LLM(Large Language Models)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과 유사한 언어 생성이 가능한 첨단 AI 기술로, 교육 콘텐츠 개발, 자동화된 피드백, 지식 검색 등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기술이 대학 강의와 커리큘럼에 도입됨으로써, 중국 고등교육은 디지털 기반의 지능형 학습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오픈소스 생태계 설계
중국 정부는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오픈소스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우 국장은 “중국은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아직 충분한 영향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이를 독점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새로운 오픈소스 협업 플랫폼을 구축해 중국만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플랫폼은 교육자와 학생,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협업 환경으로 설계되며, 커뮤니티 내 우수 인재 데이터베이스, 인턴십 연계, ‘오픈소스 스타’ 선발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AI 협업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대응하는 중국판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청년 인재 육성: 마이크로 학점과 연구인증으로 동기 부여
오픈소스 기반의 AI 개발에서 청년 인재는 핵심 자원이다. 중국 정부는 대학 재학생 및 청년 개발자들의 플랫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이크로 학점(micro-credit)’ 또는 ‘성취 인증서(certificates of achievement)’를 부여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대학 교수진에 대해서도 플랫폼 기여도를 평가 지표로 반영하여, 교육자 역시 생태계 활성화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딥시크 개발팀의 평균 연령이 28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AI 개발에 있어 젊고 밀도 높은 혁신 환경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오픈AI(OpenAI)의 챗GPT 개발팀보다 4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알파폴드(AlphaFold) 팀보다 9세가량 어린 수치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젊은 인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생태계를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AI 교과서의 급속한 낡음과 교육 콘텐츠의 재편
하지만 빠른 변화 속에서 질적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저우 국장은 “현재 대학에서 개설된 많은 AI 강좌는 내용이 반복적이며, 심지어 질이 낮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기존 교과서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의 발전 주기는 3개월 정도에 불과한데, 기존 교과서는 집필과 출판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국 교육부는 교과서, 강의, 커리큘럼 전반의 ‘지능형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 학제에 걸쳐 AI 기반 혁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AI 통합 교육: 전 과정·전 요소에 스며들다
2025년 3월 28일, 화이 진펑(Huai Jinpeng) 교육부 장관은 ‘AI 전략행동회의’를 소집하며, 인공지능을 교육 전반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모든 요소와 과정에 AI를 심층 통합하고,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교과과정, 교재,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지능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닌 교육 철학 자체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대학은 더 이상 이론 중심의 폐쇄된 지식 전수 기관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지능형 생태계의 일원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중국판 AI 허브 구축: ‘허깅페이스’를 넘어서다
저우 국장은 “중국판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구축하겠다”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공동 개발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기반의 허깅페이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모델 협업 플랫폼으로, 현재도 중국의 여러 AI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이 플랫폼은 인재 매칭, 산업 협력, 대학 공동 연구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여, AI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는 고급 인재의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박사급 인재의 부족과 인재 유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류 티에옌(Liu Tieyan) 중국 전자공학회 펠로우이자 중관촌 아카데미(Zhongguancun Academy) 원장은 “중국의 학사-박사 비율은 41:1에 불과하며, 많은 학부생이 해외 유학을 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양성된 우수 박사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며, 이는 AI 혁신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STEM 박사 프로그램 확대, 해외 유학생의 귀국 유도 정책 등을 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AI 연구의 국제 영향력, 아직 갈 길 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간, 반도체와 마이크로칩 등 전략 분야에서 활동 중인 미국 내 과학자들의 귀국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의 국제적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벤치카운슬(Bench Council)의 연구에 따르면, 2022~2023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AI 연구 100건 중 중국 저자가 참여한 것은 17건에 불과했고, 이 중 중국 내에서 수행된 연구는 고작 4건이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고급 인재의 연구 역량과 국제 공동연구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정부는 양질의 박사 인력 확보와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오픈소스 AI로 재구성되는 대학의 미래
결국, 중국의 오픈소스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확산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고등교육 기관은 더 이상 단방향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AI 생태계의 실험장, 공동개발자, 혁신의 촉매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전 세계 고등교육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AI를 통한 학문적 교류와 개방형 협업이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이 AI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주도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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