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대학원도 정식 학위 인정”… 혁신의 시작인가 대학의 위기인가
2025년 1월 17일,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 시행되며 한국의 교육과 산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법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내대학원을 운영하고 정식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변화는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제도가 대학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법률의 핵심 내용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은 2024년 1월 16일 제정되어 2025년부터 시행되는 법으로,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내대학원 설치 및 학위 인정: 기업이 정식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 형태의 사내대학원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교육부 인가를 통해 기존 대학과 동등한 학위로 인정된다.
- 인재혁신 지원 체계 구축: 인재혁신센터와 첨단산업 기술인 협회 설립, 해외인재 유치 지원 등을 통해 인재 양성을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 산학협력 강화: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산업 수요에 맞게 조정하고, 기업 보유 시설의 개방 및 공유를 법적으로 지원한다.
사내대학원 제도의 확대와 첫 사례
사내대학원의 첫 사례로 LG AI 대학원이 주목받고 있다. LG AI 대학원은 AI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며,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정식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인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LG AI 대학원은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제공해 졸업생이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가?
이번 법률은 대학과 기업 간의 경쟁 구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내대학원이 정식 학위를 수여하며 기업이 대학과 동등한 위치에서 인재 양성에 참여하게 된다면, 대학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에서 배출하는 석박사와 기업이 직접 양성하는 인재 간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기업의 사내대학원이 산업 현장에 더 가까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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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와 시사점
미국에서는 이미 대형 IT 기업들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구글의 ‘Grow with Google’이나 IBM의 ‘SkillsBuild’는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정식 학위를 부여하지 않으며, 대학의 역할과 공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은 “듀얼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산학협력 모델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에서 동시에 학습하며 이론과 실무를 병행한다. 이는 기업의 요구에 맞춘 인재를 빠르게 공급하면서도 대학 교육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반면, 한국의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은 기업의 사내 교육기관이 대학과 동일한 학위 수여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어, 대학과 기업 간의 역할 경계가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이는 기업의 교육 주도권 확대와 함께 대학의 위상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법률 시행의 기대 효과
법률 시행으로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직접 양성함으로써 기술 혁신을 가속화시킬수 있고, 독일의 듀얼 시스템처럼 기업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한 인재 교육은 생산성 증대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 인재 미스매치 해소: 구글의 교육 프로그램이 실무 중심으로 설계되어 빠르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처럼, 기업과 대학 간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하고,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산업계의 요구 충족시킬 수 있다.
- 청년 및 여성 인재 활용 확대 : 스웨덴은 정부 주도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과 여성의 첨단산업 분야 진출을 촉진시킬수도 있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은 한국 교육과 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여 대학과 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첨단산업의 발전과 함께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