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신성한 순간에 던져진 질문, 교황의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강렬한 성찰
‘콘클라베’의 도발적 메시지
영화 ‘콘클라베’는 언뜻 보기에 바티칸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권력 다툼과 신성한 의식인 교황 선출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정치 스릴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이 밝혀지면서 관객들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도발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교황으로 선출된 베니테즈 추기경이 간성(intersex)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설정은 단지 극적 반전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교회와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깊고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종교적 금기를 깨뜨리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질, 성별과 정체성의 의미, 그리고 신의 뜻이라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문제를 관객에게 깊이 있게 제기한다.
영화의 배경과 콘클라베의 긴장감
‘콘클라베’는 교황이 갑자기 서거한 직후의 바티칸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시스티나 성당에서 다음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다. 성당의 문은 잠기고, 엄격한 규율 아래 진행되는 투표는 마치 신성한 의식과도 같다. 하지만 영화는 이 과정이 결코 단순한 종교적 절차만이 아니라, 인간의 야망과 욕망, 정치적 계산이 가득 찬 공간임을 생생히 드러낸다.
추기경들은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고 타협한다. 이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 드라마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성별과 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
영화는 교황 선출이라는 신성한 과정이 끝나는 순간, 교황 베니테즈의 간성 사실을 밝히며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 반전은 단순히 이야기에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별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정체성은 과연 신의 창조인가, 아니면 인간의 사회적 구성인가?”
베니테즈 추기경이 스스로 남성으로 정의하고 살아왔지만, 그의 생물학적 정체성은 교회의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 구조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신이 창조한 인간의 본질적 다양성을 교회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과 변화, 그 갈등의 중심에 선 교회
영화 속 로렌스 추기경은 베니테즈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 고민은 바로 오늘날 현실의 교회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의 상징이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진보적인 가치관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갈등은 이 영화의 핵심적 주제 중 하나다. 베니테즈의 정체성은 전통적 교회가 간과하거나 외면했던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교회는 새로운 선택의 순간에 서게 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문제와 관련된 현대 교회의 현실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의 뜻과 인간의 정의 사이
베니테즈 추기경이 간성으로 태어난 자신의 정체성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 순간은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장면이다. 이는 인간의 존재가 신의 섭리 안에서 다양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며, 교회와 신자들로 하여금 신이 창조한 본래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요구한다.
동시에 이 메시지는 인간이 정의하는 모든 규범과 사회적 구조가 완벽할 수 없으며, 신의 섭리는 종종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다는 신학적 함의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콘클라베’의 질문이 남긴 것
영화 ‘콘클라베’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도발적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신의 뜻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베니테즈의 간성이라는 설정은 교황직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위치에서의 도발이었으며, 이를 통해 교회와 사회는 물론, 관객들 역시도 기존의 편견과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우리가 믿고 있던 규범과 질서가 인간의 본질적 다양성을 포용할 만큼 충분한가?” 이 묵직한 질문 앞에서 관객은 극장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생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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