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값, 양육비 부담, 경력 단절… 대한민국이 ‘출산 포기국’이 된 이유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 출산율(2.1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OECD는 최근 발표한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산 추세 이해(Korea’s Unborn Future: Understanding Low-Fertility Trends)」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극단적인 저출산 현상이 단순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 노동시장 구조, 주거 문제, 교육비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OECD 보고서가 지적한 한국 출산율 0.72의 5가지 주요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주거비 폭등, 아이를 키울 공간이 없다 “출산보다 내 집 마련이 먼저”
한국의 극단적인 저출산 문제를 논할 때 주거 비용을 빼놓을 수 없다. OECD 보고서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의 높은 주거비가 결혼 및 출산율 저하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0억 원 돌파 (2023년 기준)
- 전국 평균 전세보증금 3억 원 이상
- 신혼부부 및 청년층, 주택 구입 자금 마련에 어려움
OECD 국가들 중 한국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주거비 부담이 결혼 및 출산 결정을 미루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평균 18년 이상의 소득을 저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신혼부부와 청년층에게 집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거비 지원, 저소득층 맞춤형 주택 정책 등을 통해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신혼부부 및 청년층 대상 주거 지원금 강화, 장기 저금리 주택 대출 확대 등 실질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양육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경제 구조 “사교육비 부담에 아이 키우기가 두렵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이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양육비 부담’을 꼽았다. 특히 한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26조 원에 달하며, 이는 부모들이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2023년 기준, 한국 가구의 평균 양육비(0~18세까지) 3억 원 이상
-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50만 원 이상
- 사교육비 부담이 자녀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한국 부모들은 교육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 사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아이를 한 명만 낳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은 보육·교육비를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3세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제공하며, 스웨덴은 초·중·고 교육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한국도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력 단절과 육아휴직 현실, “출산은 곧 퇴직” “아이를 낳으면 일자리를 잃는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여성 고용률(출산 전 75%) → 출산 후 58%로 급감
- 육아휴직 후 복직률 OECD 최하위권
- 워킹맘, 승진 및 연봉 차별 경험 비율 70% 이상
한국의 노동시장은 출산 후 복귀가 쉽지 않은 구조이며, 이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육아휴직을 부부가 의무적으로 나누어 사용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으며,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80% 이상이다. 한국도 남성 육아휴직 확대, 육아휴직 후 복직 보장 강화, 출산 후 재취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하는 가족관, 결혼·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 2030세대 결혼 비율 급감 (미혼율 50% 이상)
-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는 인식 변화
- 비혼 출산율 OECD 최하위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가치관 변화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는 비혼 출산율이 50% 이상을 차지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비혼 출산 지원 정책 및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 해결, 이제는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할 때
OECD 보고서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안정, 교육비 부담 완화, 노동시장 개혁, 가족 가치관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주거 비용 부담 완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청년·신혼부부 주택 지원 강화)
- 사교육비 절감 및 공교육 질 개선
- 경력 단절 방지 및 남성 육아휴직 확대
- 비혼 출산 및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정책적 지원 확대
출산율 0.72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다. 이제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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