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여성 인권의 발전과 한계
1995년, 전 세계 189개국이 서명한 베이징 행동강령(Beijing Declaration and Platform for Action)은 여성 권리를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진보적인 국제적 로드맵으로 평가받았다. 이 선언 이후,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법률과 정책을 도입하며 성평등을 향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여성 권리는 충분히 진전되었는가? 우리는 베이징에서 약속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
유엔(UN-Women)이 발표한 「Women’s Rights in Review 30 Years After Beijing」 보고서는 여성 인권의 발전과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조명하며,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 노력이 충분했는지 평가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변화된 여성 권리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법과 제도, 경제, 정치적 참여,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발전과 한계를 살펴본다.
여성 권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변화
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여성 권리를 보호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과 정책이 도입되었다. 1995년 이후 1531개의 법 개정이 이루어지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교육 기회 증대, 성평등한 고용 환경 조성 등의 성과가 있었다.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현재 평균적으로 전체 의석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30개국 이상에서 여성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수반이 등장하며 여성 리더십이 확장되었고, 성폭력과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법률도 제정되어 여성 보호 정책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법률 개정이 실질적인 성평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의사결정 기구에서는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리더십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폭력 방지법이 도입되었지만 법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들이 많아 피해자 보호가 충분하지 못한 현실이다.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었지만, 남성이 동일한 직무에서 여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관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변화만으로는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 실행과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 노동과 경제적 참여 – 격차는 좁혀졌나?
여성의 경제적 참여는 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1995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였으며, 현재는 63%까지 상승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향상되었으며, 창업 및 여성 기업가 비율도 증가하여 현재 세계적으로 약 30%의 기업이 여성 창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 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대비 8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동일한 직무에서도 성별에 따른 급여 차이가 지속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비공식 경제 활동(가내 노동, 농업 등)에 종사하고 있어, 노동권 보호가 어렵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들의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자립이 더욱 어려워졌고,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여성이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젠더 기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 및 돌봄 노동에 대한 공정한 분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직장 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성평등한 노동 시장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교육과 디지털 접근성 – 여성의 기회는 평등한가?
여성의 교육 기회는 지난 30년 동안 대폭 확대되었다. 1995년 이후 여성의 중등 교육 이수율은 75%에서 89%로 증가했고, 대학 등록률도 상승하여 현재 전 세계 대학생의 약 55%가 여성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기회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충분한 직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남성의 참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기술 및 IT 기업에서 여성 경영진 비율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과 남성의 디지털 접근성 차이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성의 인터넷 사용률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남성보다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많고, 디지털 교육을 받을 기회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여성들이 미래 산업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STEM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창업을 지원하고 기술 분야에서의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성평등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30년 동안 여성 권리는 분명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법과 제도는 개선되었지만 실질적인 실행력이 부족하며, 여성의 경제적 참여는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교육 기회는 증가했지만, 디지털 격차와 기술 분야에서의 불평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여성 권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정책 실행과 문화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평등은 실현되기 어렵다. 앞으로의 30년은 보다 강력한 정책적 실행과 함께, 성평등한 사회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연재의 다음 기사에서는 여성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 – 경제, 기술, 폭력 문제를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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