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과 혁신 생태계를 통해 미래 대학의 길을 제시하는 TU/e의 성공 사례와 4세대 대학 혁신
대학, 혁신의 중심이 되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지식을 연구하고 전달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대학의 역할이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축적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중심 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대학이 산업과 협력하며 혁신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 대학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
특히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 공과대학교(Eindhoven University of Technology, TU/e)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4세대 대학(Fourth Generation University) 모델을 구현하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 그리고 지역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지식 창출을 넘어 직접적인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획 기사에서는 TU/e가 어떻게 4세대 대학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사례가 한국 사회와 대학에 주는 의미를 분석하려 한다.
4세대 대학 모델, 왜 중요한가?
대학의 역할 변화는 시대별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 대학은 종교와 철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이었고, 2세대 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했다. 이후 3세대 대학에서는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이전과 창업 지원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빠른 기술 변화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학은 단순한 연구 기관이 아니라, 산업·정부·사회와 협력하여 혁신을 이끄는 4세대 대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4세대 대학은 기존의 교육과 연구를 넘어, 산업과의 공동 연구, 창업 및 스타트업 육성, 지역 혁신 생태계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대학이 직접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TU/e, 4세대 대학 모델의 대표 사례
TU/e는 4세대 대학 모델을 현실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대학은 네덜란드의 Brainport Eindhoven혁신 클러스터의 중심에서 산업과 긴밀히 협력하며, 연구 결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TU/e의 산학협력 연구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연구 논문의 14%가 산업 파트너와 공동 저술되었으며, TU/e와 협력하는 기업 중 46%가 대학으로부터 불과 25k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ASML, NXP Semiconductors, Philips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협력하며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실시간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된다.
또한 TU/e는 유럽연합(EU)의 연구 프로젝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orizon Europe, Horizon 2020과 같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에서 73.4%의 연구가 산업 파트너와 함께 수행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 내 비교 대상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TU/e가 단순히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혁신과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TU/e는 창업과 스타트업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0년간 창업된 TU/e 스핀아웃 기업의 90%가 대학에서 75km 이내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Lightyear(태양광 전기차), RIFT(재생에너지), ELEO(배터리 기술)등이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TU/e가 조성한 혁신 생태계에서 성장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 대학이 배워야 할 점은?
한국의 대학들은 여전히 2세대 또는 3세대 대학 모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연구 성과가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거나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산학협력이 이루어진다 해도, 단순한 연구비 지원이나 공동 연구 수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TU/e처럼 산업과 대학이 하나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TU/e의 사례는 한국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첫째, 지역 산업과 긴밀히 협력하는 산학연계 모델이 필요하다.
대학이 지역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 연구를 통해 혁신을 창출하는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등 특정 산업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협력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창업 및 스타트업 지원을 대학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일부 대학에 국한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TU/e처럼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대학이 산업 및 정부와 함께 혁신 생태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TU/e는 Brainport Eindhoven 혁신 클러스터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으며, 기업과 정부가 대학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여, 대학이 지역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4세대 대학 혁신,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TU/e의 성공 사례는 대학이 어떻게 산업 및 사회와 협력하며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 단순히 교육과 연구만을 수행하는 대학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4세대 대학 모델을 기반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한국 대학들도 변화해야 한다. 산학협력, 창업 지원,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등 TU/e가 보여준 혁신 전략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연구 결과를 산업과 연결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때, 한국 대학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중심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연재 예고:
다음 편에서는 TU/e가 4세대 대학 모델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TU/e의 연구 성과와 기업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대학이 혁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