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대한민국은 매일이 새롭다. 현직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3시간만에 해제되었지만, 해제된 이후에 밝혀진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놀랍기 그지 없다. 만약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친위쿠데타, 저들의 내란이 성공했다면, 그 과정에서 선관위관련자들이 납치 고문받고, 그간의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되는 상황이 오고, 그로인해 국회는 해산되고 저들에 입맛에 맞는 국회를 구성하게 되었다면, 나라는 거의 준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을 듯 하다. 나라가 망했을 듯 하다.
현직 대통령과 내란목적의 비상계엄을 계획한 자들의 무지함과 무능력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지만, 그들이 집권한 2년간 나라는 처참히 망가져버렸다. 물가와 금리를 비롯한 내수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 환율, 무역 뿐 아니라, 마이클 샌델에 의해 확산된 정의와 공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처참히 무너졌다. 수사하지 않고, 기소하지 않을 권력을 가진 검찰을 소유한 정권의 횡포는 죄를 지어도 벌을 받는 자와 안받는 자가 따로 있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보고싶지 않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나라 모두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열패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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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열패감은 대통령과 함께하는 인간들의 무도함이 임기내내 끝나지 않을 듯 했고, 어쩌면 같은 종류의 인간들이 정권을 인계받을 것 같은 불안에 분노하지 않고,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미래라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했다. 그 열패감을 분노로 바꾼것은 123 내란을 알린 대통령의 비상계엄이었다.
도무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이성과 논리로 설득되지 않을 것 같고 폭압적인 공권력으로 공정과 정의를 왜곡시켜 열패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선포된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지금의 국민은 자신이 밟아도 꿈틀거리지도 못할 수준의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어쩌면 아마도 적어도 비상계엄에 대한 나의 분노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처참히 짓밟혀 버린 자존감이었던 듯 하다.
2025년 1월 25일 대통령 윤석열은 체포되었고, 공수처에 압송되었다.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호송차에 태워져야 마땅했어야 하는 인간이 경호차량을 타고 경호를 받으며 공수처에 들어갔으나, 그는 체포되었고, 압송되었다. 윤석열이 조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묵비권을 운운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모든 기대를 무너뜨리는 인간이라서 그 조차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윤석열의 체포와 압송이 기쁘기보다 슬프고 우울하다. 저런 인간에게 맡긴 지난 2년이 억울하고 화가난다.
이후에 정의가 회복되길 소망해 보지만, 극단회된 혐오가 난무했었던 지난 2년의 시간은 우리가 합의한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윤석열과 윤석열과 함께했던 인간들이 우리사회에 끼친 해악은 회복불가능할 정도 심각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멈춘 날, 바닥을 찍은 날이었다고 생각하자. 윤석열이 체포되고 환율이 조금 내려갔다고 하니, 회복의 시작이라고 위안하고, 지난 시간을 함께 견뎌냈던 서로를 위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