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넘어 정치의 본질을 흔드는 통치 방식…규제 철폐와 권력 집중의 그림자
2025년 3월 26일, CBS News는 “Trump issues record 100th executive order within first 100 days of term”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100일이 채 되기 전 100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방식이 전례 없는 속도로 미국의 행정 구조와 권력 균형을 재편하고 있으며, 그 파급력이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례 없는 속도, 전례 없는 권한 집중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긴급 사안이나 행정부 지침 조정을 위해 행정명령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수단을 권력 장악과 정치적 과시의 도구로 전환시킨 인물이다. CBS News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재임 65일 만에 총 10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던 ‘100일 내 최다 행정명령'(99건) 기록을 넘어섰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 대공황 극복이라는 시대적 요청 속에서 입법부와 협력하며 광범위한 정책을 집행했다. 반면 트럼프는 규제 축소, 예산 삭감, 이민 통제, 보복성 명령을 중심으로 극단적 행정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이는 입법 절차를 회피하고 권력 집중을 꾀하는 방식으로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분류: 축소와 통제, 보복의 정치를 반영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04개의 행정명령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분야는 연방정부 축소(17건)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성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통해 각종 연방기관의 역할과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이 조치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보수주의 원칙을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서비스의 붕괴와 감시기능 약화를 우려한다.
또한 무역 분야에서 16건의 행정명령이 발동되었으며, 대부분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정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가 미국 산업을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물가 상승과 국제 무역 마찰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 외에도 에너지·기후(10건), 이민(9건), 외교·군사(9건), 성평등·다양성(7건), 소셜미디어 및 기술(6건), 보복성 명령(5건), 교육 및 보건의료(각 5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명령 철회(3건), 종교 관련(3건)의 주제가 등장한다. 특히 5건의 보복성 명령은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전직 관료나 수사관들의 보안 권한을 철회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형태로 발동되었다.

사법부와의 갈등: 전례 없는 저항과 보복성 발언
CBS News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지되거나 위헌 판결을 받은 사실도 지적했다. 출생시 시민권 부여 중단,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폐쇄 명령 등은 법원으로부터 행정부 권한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중단되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윌리엄 하월은 “이처럼 재임 초기에 법원에 의해 다수의 행정명령이 제지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과거 대통령들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연방 판사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법원이 철강업 국유화를 기각하자 트루먼은 판결을 수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사법부에 정면으로 맞서며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 무시’에서 ‘입법 무력화’로: 대통령제의 본질적 위협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 행정명령을 남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이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해당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의 두 번째 임기에서 행정명령 사용 속도는 역대 대통령 중 단연 독보적이다. 비교하자면, 바이든은 재임 65일 기준 37건, 오바마는 2009년 18건, 조지 W. 부시는 4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통치 방식은 행정부가 입법부와의 협치를 포기하고, 대통령 독주체제를 굳히는 흐름과 맞물린다. 법률로 제정되지 않은 전임자의 정책을 손쉽게 폐기하고, 입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명령을 통해 즉각적 효과를 노리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위협한다.
‘정치적 무기화’의 시대: 백악관의 칙령이 겨누는 방향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에도 행정명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CBS News는 ‘보복성 명령’(retaliatory orders)으로 분류된 명령 중 일부가 ‘대통령 관련 수사에 참여한 인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연방기관에 협조했던 전직 고위 공직자의 보안 권한이 박탈되거나, 특정 민간 기업과의 정부 계약이 해지되었다. 이는 정적에 대한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트럼프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정책, 성소수자 권익 보호 관련 명령 등을 일괄 폐기함으로써, 과거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통째로 부정하고 있다. 이는 향후 행정부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명령의 파고, 미국 민주주의의 갈림길
행정명령은 법률이 아닌 만큼, 다음 대통령이 언제든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행정명령의 양적 규모와 내용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미국 정치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각 행정부 부처의 축소는 곧 행정기능의 영속성 약화로 이어지고, 정적 제거를 위한 명령은 공직자 집단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
더 나아가, 트럼프식 통치는 ‘결과 지향적 권위주의’의 논리를 강화한다. 빠른 성과를 이유로 절차를 생략하고, 권한을 무한히 확장하려는 시도는 미국 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법원 판결에 대해 탄핵을 운운하는 태도는,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숫자 그 이상의 정치,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2025년의 미국에서 ‘100일, 100개 칙령’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의 권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CBS News는 이번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미국 정치사에서 얼마나 이례적이며 파괴적인지를 조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한 명의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깊다. 미국 정치가 진정한 의미의 ‘균형’과 ‘견제’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역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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