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향한 욕망과 바디 호러의 만남, 그러나 남는 것은 불쾌감뿐
영화 《더 서브스턴스》, 외모 강박을 조명하다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등장한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는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젊음에 대한 강박을 바디 호러 장르로 풀어낸 작품이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가 주연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서브스턴스’라는 신비한 물질을 통해 늙은 몸과 젊은 몸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현대 사회의 외모에 대한 집착을 조명하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사회적 메시지가 아니라,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한 전개와 충격적인 장면들이 주는 불쾌감뿐이다.
논리 구조의 붕괴: 영화는 스스로의 전제를 유지하지 못한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반에 제시한 설정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브스턴스’를 통해 젊어진 자아(수)와 원래 자아(엘리자베스)가 한 삶을 공유하는 개념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 설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모호해지고, 영화가 처음부터 유지하던 논리 구조조차 흐트러진다. 처음에는 젊은 자아와 늙은 자아가 하나의 인격에서 분리된 듯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두 존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게 변한다. 결국 ‘서브스턴스’의 본질과 그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애매해진다. 이는 관객이 영화 속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 큰 혼란을 준다. 논리적 허점이 많아질수록 영화의 메시지는 흐려지고, 설득력은 떨어진다.
사회 비판보다는 자극적인 장면의 나열
《더 서브스턴스》는 외모 강박과 젊음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 영화의 후반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충격적인 장면을 나열하는 데 집중한다. 바디 호러 장르 특유의 신체 변형과 고어한 표현이 난무하는데, 이는 단순히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초반에는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사회적 압박을 잘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잔혹한 장면과 기괴한 설정이 이어지면서 영화의 주제가 희미해진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영화의 본래 의도를 흐리게 만든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자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더 정교한 서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서브스턴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논리성을 포기하고, 시각적 충격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의 연기, 영화의 유일한 강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데미 무어는 한때 인기 있었지만 점점 잊혀져가는 배우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녀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는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현실적인 감정을 담아낸다. 반면, 마거릿 퀄리는 젊은 ‘수’ 역할을 맡아 신비로운 동시에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녀의 연기는 영화가 지닌 불안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요소다. 두 배우의 연기만큼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지만, 서사의 약점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불쾌함뿐
영화가 끝난 후, 관객에게 남는 감정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영화가 의도한 메시지보다는 선정적인 장면과 기괴한 설정이 주는 불편함이 더 크게 남는다. 바디 호러 장르 특성상 불편함을 유발하는 연출이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바디 호러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 충격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이 서사와 맞물려야 하고, 관객이 영화의 메시지를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더 서브스턴스》는 이러한 과정 없이 충격적인 장면을 늘어놓기만 한다. 결국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남는 것은 논리적 허점과 불쾌한 감정뿐이다.
메시지는 희미하고, 자극만 남은 영화
《더 서브스턴스》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스스로의 전제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했다. 사회적 비판을 담고 싶었다면 더 정교한 서사가 필요했지만, 영화는 선정적인 장면과 충격적인 비주얼에 집중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다.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의 연기는 뛰어났지만,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내면은 끝까지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다. 결국 《더 서브스턴스》는 외모 강박과 젊음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려 했으나, 그 비판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영화로 남았다.
바디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 비주얼적 충격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논리적인 서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더 서브스턴스》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려 했지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불쾌함만 남긴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