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평등 해소와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분석
입시경쟁을 완화할 해법이 있을까?
지난 기사에서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입시경쟁이 초래한 사회적 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입시경쟁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 불평등 심화, 수도권 인구집중, 저출산 가속화, 청소년 정서불안 등 전반적인 사회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은 무엇일까?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핵심 해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상위권 대학이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따라 선발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수도권 중심 입시구조를 개편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개념과 필요성, 기대효과, 시행 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정책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란 무엇인가?
입학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따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일부 대학에서 운영 중인 지역균형전형과 유사하지만, 주요 차이점은 대부분의 입학정원에 확대 적용된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는 지역균형전형을 통해 지방 출신 학생들을 일정 비율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형은 전체 입학정원의 일부(10~20%)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부분의 정원에 적용되어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
이 제도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대학은 지역구분, 거주요건, 선발기준 및 전형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정부는 이를 장려하기 위해 재정 지원(예: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필요한가?
부모 경제력과 거주지역에 따른 입시 불평등 심화
앞선 기사에서 분석했듯이, 대한민국의 대학입시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역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가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을 포함한 ‘거주지역 효과’ 때문이고,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 차이 중 75%가 부모 경제력 영향 받는다고 한다. 즉, 서울과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몰리는 현상은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는 가정환경과 교육자원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 데이터로 입증되었다.
사회 이동성 저하와 교육 불평등 심화
부모 경제력이 입시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는 결국 계층 이동성(social mobility)을 낮추고, 사회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된다. 소득이 낮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은 잠재력이 뛰어나더라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사회적 역동성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입시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기대효과
① 입시경쟁 완화 및 사교육비 절감
서울로 몰리는 입시경쟁이 완화되면 사교육비 부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입시경쟁이 극심한 이유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의 입학정원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통해 지방 학생들의 입학 기회가 보장되면, 서울·수도권에서의 경쟁 강도가 낮아지고, 사교육비 부담 역시 경감될 수 있다.
②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 및 저출산 문제 개선
현재 많은 가구가 교육 때문에 서울로 이주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대비 2023년 강남·서초 지역으로 이주한 초중학생 비율이 3배 증가했다. 이 같은 교육 중심의 인구 이동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고, 지방 인구 감소 및 지역 경제 침체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시행되면 서울로 이주하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충분한 교육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③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정시 일반전형 학생들과 차이가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다양한 지역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서 충분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내 학생 구성이 다양해지면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사회적 포용력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비례선발제,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입시경쟁은 교육 불평등, 사회 이동성 저하,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심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입시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개편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실현가능성과 실효성에는 회의적이다.
입시경쟁 과열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은 입시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이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 불평등 심화, 수도권 인구 집중, 지방대학의 존립 위기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입학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고,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입시경쟁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학 입시 경쟁이 과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기회의 배분 방식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에 대한 사회적 선호와 대학 간 서열 구조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대한 선망과 그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보상이 확고한 한, 선발 방식의 변화만으로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의 이면에는 지역 내 교육·산업 인프라의 불균형과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방대학에 우수한 학생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는 입시 제도 때문만이 아니라, 지역 내 취업 기회와 연계된 교육 환경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도권 집중과 입시경쟁 과열 문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정책은 교육 기회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단기적인 제도 변경이 아니라 대학 서열화 해소, 지방대 육성, 지역 내 산업 발전과 연계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 속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입시경쟁 과열과 지역 인구 감소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