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Coco)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아름답게 조명한 작품이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죽음과 기억, 가족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아낸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화 속에서 강조되는 핵심 메시지는 “기억이 사라지면 진짜 죽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멕시코 문화에서 죽은 자들의 날이 가지는 의미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죽은 자들의 날: 단순한 애도가 아닌 축제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은 단순히 고인을 기리는 날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축하하고, 조상을 기억하며, 후손과의 유대를 다지는 날이다. 사람들은 고인을 위해 오프렌다(ofrenda, 제단)를 차리고, 그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물건을 올려둔다. 화려한 색감의 센파수칠(Cempasúchil, 금잔화) 꽃과 코팔(Copal)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고인의 영혼이 돌아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마리아치(Mariachi) 밴드를 불러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를 연주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오감을 통한 경험: 죽은 자들의 날이 특별한 이유
죽은 자들의 날이 독특한 이유는 오감(五感)을 활용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형형색색의 해골 장식과 종이 공예(파펠 피카도)를 감상하고, 코로는 꽃과 향의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고인이 생전에 즐겼던 음식을 맛본다. 또한 손으로 오프렌다를 꾸미고, 귀로는 전통 음악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러한 감각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고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된다.
“기억에서 사라지면, 누군가들에게서 잊혀지면 진짜 죽는다”: 코코가 전하는 메시지
코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헥터(Héctor)가 “진정한 죽음은 사람들이 나를 완전히 잊을 때야”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이는 죽은 자들의 날의 핵심 개념과 연결된다. 멕시코인들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죽더라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자들을 기리는 것이 곧 그들을 이 세상에 머물게 하는 방법이 된다.
이는 단순히 멕시코 문화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기억되고 싶어 한다.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이며, 죽은 자들의 날은 바로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기억을 통한 영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날이라 할 수 있다. 코코가 세계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산
죽은 자들의 날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축하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전통은 단순한 종교적 행사나 의례를 넘어,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그들을 기억하고 함께하는 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코코는 이러한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의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죽은 자들의 날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인간이 가진 기억의 가치와 영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죽은 자들의 날과 코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과거의 기념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후세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기억을 통해 존재를 지속하며, 죽음조차도 그것을 끊어낼 수 없는 강한 유대를 형성한다.
코코를 보며 눈물을 흘린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잊혀지기를 두려워하고, 기억되고 싶어 한다는 보편적인 감정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공감하고, 기억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