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색소 없는 초정밀 컬러 그래픽 기술 개발… 영구 보존 가능한 친환경 기술
KAIST 연구진이 화학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조선시대 궁중 병풍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원본 그대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색이 변색되거나 퇴색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초정밀 컬러 그래픽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이 반구 형태의 미세구조를 이용해 화학 색소 없이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구조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일월오봉도’를 색소 없이 완벽하게 재현하며, 기존 컬러 구현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2월 5일 자에 게재되었으며, 광학 소자, 보안 기술, 예술 작품 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색소 없이 색을 구현하는 기술, 어떻게 가능할까? 자연에서 발견된 ‘구조색’ 원리를 응용하다
일반적으로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화학 색소가 필요하지만, 일부 자연 생물들은 화학 색소 없이도 화려한 색을 발현한다. 대표적인 예가 몰포 나비와 팬서 카멜레온으로, 이들은 물질을 이루는 규칙적인 나노구조가 빛의 간섭 현상을 통해 특정 색을 반사하는 구조색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색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높은 기술적 난이도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기존 나노구조 기반 컬러 구현 방식은 단색 표현에 한계가 있으며, 다채로운 색을 정밀한 패턴으로 배치하는 것이 어려웠다.
KAIST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구조가 아닌, 반구 형태의 미세구조를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다양한 색을 높은 해상도로 패턴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이용해 ‘일월오봉도’를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KAIST 연구팀의 기술 개발 과정, 반구형 미세구조를 활용한 초정밀 컬러 그래픽 구현
김신현 교수 연구팀은 기존 나노구조 방식과 달리 부드러운 곡면을 가진 반구형 미세구조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 원리는 반구의 표면에 빛이 입사할 때 측면으로 입사한 빛이 곡면을 따라 전반사되면서 서로 다른 경로를 가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시광선 영역에서 간섭 현상이 발생하여 구조색이 형성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양성 감광성 고분자를 이용해 반구형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패턴화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 광식각법을 활용해 미세기둥 형태로 패턴을 형성
- 고온에서 감광성 고분자의 리플로우(reflow) 현상을 유도해 반구형 구조 형성
- 반구 크기를 조절해 원하는 색을 정밀하게 구현 가능
이러한 방식을 통해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듯이 반구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기존의 디지털 인쇄 기술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컬러 그래픽을 제작할 수 있다.

색이 변하지 않는 ‘일월오봉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 예술과 과학의 융합, 영구 보존 가능한 컬러 그래픽 실현
KAIST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조선시대 왕실 상징이자 궁중 병풍으로 사용된 ‘일월오봉도’를 손톱 크기(약 1cm²) 면적에 재현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색소 없이도 다채로운 색을 표현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 빛의 입사 각도나 시야각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야누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 변색이나 퇴색 없이 반영구적으로 컬러를 보존할 수 있다.
- 최신 LED 디스플레이 수준의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김신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일월오봉도’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구조색 기술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존하고 표현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 기술이 위변조 방지 소재, 심미적 디자인, 광학 소자,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연구 및 산업적 활용 가능성, 새로운 예술 표현 기법부터 첨단 보안 기술까지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다.
- 예술 작품 복원 및 보존 기술 발전: 색소 없이 색을 구현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미술 작품 제작이 가능하다.
- 위변조 방지 기술: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구조색 특성을 활용해 고급 보안 인쇄 및 위조 방지 기술로 활용 가능하다.
- 디스플레이 및 센서 기술: 초고해상도 컬러 표현이 가능하며, 빛 반응형 디스플레이 및 광센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KAIST 연구팀은 향후 연구를 통해 대면적 그래픽 제작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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