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수출 통제에도 불구, 중국 AI기업 딥시크의 급부상과 화웨이 반도체 전략이 미국 AI 패권에 도전
딥시크의 등장, AI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이끌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서방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의 AI 연구소 ‘딥시크(DeepSeek)’가 최근 글로벌 AI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당일 공개된 딥시크의 R1 모델은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딥시크의 앱은 출시 일주일 만에 OpenAI의 ChatGPT를 제치고 미국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주식가치는 하루 만에 6천억 달러가 증발하는 등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의 영향력은 단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미국 기업들의 주가는 다소 회복했으나,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AI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딥시크가 미국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유치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금융 기술이 키워낸 AI 스타기업, 딥시크의 비밀
딥시크가 갑자기 등장한 기업은 아니다. 딥시크는 알고리즘 기반 고빈도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High-Flyer Capital Management)의 자회사이다. 하이플라이어는 이미 2019년 중국 내 최고의 헤지펀드로 꼽혔고, 초고속 거래(HFT)를 위해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딥시크를 탄생시켰다.
하이플라이어는 일찍부터 AI칩을 확보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했다. 2022년 중반 이미 1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A100 칩을 보유하여 중국에서 가장 앞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이러한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딥시크는 설립 초기부터 충분한 연구 개발 예산과 컴퓨팅 파워를 갖추고 있었다.
기술 혁신으로 효율성 극대화한 딥시크
딥시크의 놀라운 점은 기술적 혁신 그 자체보다, 이 혁신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딥시크는 AI 모델의 비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적 혁신을 통해, 이전 모델 대비 컴퓨팅 비용을 94%나 절감했다. 특히 딥시크의 기술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엔비디아의 H800 칩을 통해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중국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간의 중국 AI 역량을 과소평가하던 기존의 편견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사건이었다.

미·중 AI 경쟁의 중심, 수출 통제의 역설
미국은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을 강화하여 중국에 대한 AI 칩 공급을 제한했지만, 엔비디아는 통제 기준을 회피한 A800, H800 칩을 만들어 중국에 대량 수출하였다. 이로 인해 딥시크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충분한 AI 학습용 칩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딥시크가 기술적 도약을 이뤄내는 기반이 됐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초기 수출 통제 정책의 한계는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의 혁신적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딥시크 CEO인 량원펑은 “우리의 최대 장애물은 자금이 아닌, 첨단 칩의 공급 중단이었다”고 명확히 밝히며, 수출 통제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왜냐하면, 엔비디아의 AI 칩은 글로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미국이 수출 통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이 칩들이 중국으로 흘러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수출 통제 정책의 엄격한 시행과 더불어 AI 칩 밀수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화웨이와 SMIC, 중국 반도체 독립 전략의 핵심축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기술적 자립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와 이를 제조하는 SMIC의 협력이다. 현재 SMIC는 7nm 반도체 제조에 성공했으나, 수율이 20%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SMIC가 다른 중국 기업들로부터 핵심 반도체 제조장비를 확보해 월 5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수출 통제가 부분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해 대만의 TSMC를 통해 Ascend 칩 다이를 200만 개 이상 확보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비축은 향후 화웨이가 수백만 개의 AI 칩을 생산하여 딥시크와 같은 자국 AI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미·중 AI 경쟁의 새로운 국면
딥시크와 화웨이의 협력 가능성은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딥시크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및 아키텍처 혁신을 화웨이의 소프트웨어(CANN) 생태계와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딥시크는 미국 기업들이 개발한 모델을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통해 저비용으로 복제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AI 모델의 지적재산권(IP) 보호 문제가 향후 AI 경쟁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대응과 과제
미국은 앞으로 AI 기술 유출 방지, 칩 밀수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강화, 지적재산권 보호 전략의 재검토가 시급하다. AI 경쟁이 점점 지적재산권 보호가 어려운 제약 산업과 같은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기술 경쟁은 단순히 지적재산권 보호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강력한 하드웨어 자산의 보호와 효율적인 수출 통제 정책 시행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보고서 작성자인 미국 CSIS 와드와니 AI센터의 그레고리 앨런(Gregory C. Allen) 디렉터는 “미국의 수출 통제는 앞으로도 중국의 발전을 늦추는 효과를 지속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이행과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DeepSeek, Huawei, Export Controls, and the Future of the U.S.-China AI Race」 (Gregory C. Allen,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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