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죽는다” – 드라마 마녀의 매력과 이면
채널A에서 방영하고 넷플릿스에서 스트리밍된 드라마 마녀는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독특한 서사를 가진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초자연적인 저주와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박미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치거나 죽는다는 저주를 안고 태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마녀’라 불리며 철저히 배척당한다. 결국 그녀는 마을을 떠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멀리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 이동진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동진은 박미정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겪는 저주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녀를 돕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미정을 사랑하는 남자들은 계속해서 다치거나 죽어가고,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존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운명처럼 보이는 이 저주를 극복할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며, 그녀는 끊임없는 갈등에 휩싸인다.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이동진과, 그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두려운 박미정의 관계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이동진의 친구 박중혁 또한 비슷한 저주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박중혁이 박미정과 같은 저주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저주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용히 감내하며 살아간다. 반면 박미정은 그녀의 저주로 인해 철저히 격리되고, ‘마녀’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혀 살아야만 한다. 결국 이동진이 발견한 법칙을 통해 이들의 운명이 바뀔 가능성이 생기지만, 이 드라마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성별 차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논의거리를 제공한다.
드라마 속 핵심 캐릭터 분석
박미정은 단순히 저주를 가진 비극적인 인물이 아니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을 단죄하고 배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는 원치 않는 운명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그녀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그녀는 저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더욱 외면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바로 사회이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향한 냉혹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이동진은 전형적인 순애보적 남성 주인공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단순히 감성적이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박미정을 향한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그녀가 가진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찾는다. 단순히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법칙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점에서 매우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점은 그가 단순히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남성 캐릭터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박미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를 구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로맨스적인 사랑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편 박중혁은 박미정과 동일한 저주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전혀 다르게 취급받는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저주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사회적으로 박중혁이 특별히 배척당하거나 손가락질받지는 않는다. 그의 저주는 단순한 개인적인 불운으로 치부되며, 그로 인해 극단적인 낙인을 받지는 않는다. 같은 저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순정 드라마 속 사회적 시선 차이
이 드라마는 표면적으로는 이동진의 사랑과 희생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같은 저주를 가진 박미정과 박중혁이 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개별 캐릭터의 설정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고 평가하는지를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녀’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여성에게 붙여진 낙인이었다. 역사적으로 마녀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었으며, 주로 사회적으로 배척된 여성들에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에 대응하는 명확한 남성형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성이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면 ‘마법사’, ‘현자’, ‘주술사’처럼 존경받는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특별한 능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드라마 마녀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미정은 저주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녀라 불리며 배척당하지만, 같은 저주를 가진 박중혁은 단순히 불운한 사람으로 여겨질 뿐이다. 만약 ‘마녀’라는 개념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박중혁 역시 ‘마법사’가 아닌 ‘남성 마녀’처럼 낙인찍히고 고립되어야 했겠지만, 그는 배척당하지 않는다. 박중혁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박중혁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없었다. 어쩌면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박미정의 저주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그녀를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근거가 된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행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마녀’라는 낙인을 받는다. 반면 박중혁의 경우, 같은 저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개인적인 불운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이 차이는 결국 사회가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다르게 해석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남성의 불행은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되지만, 여성의 불행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결국 그녀는 공동체에서 배척당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별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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