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설문조사 결과로 본 대학의 역할, 도전과 기회
평생학습의 중심, 그러나 여전히 비싼 선택지
글로벌 평생학습 조사(Global Lifelong Learning Survey)에 따르면, 평생학습자들이 향후 가장 선호하는 교육기관은 여전히 대학과 단과대학(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대학이 교육의 ‘브랜드’로서 갖는 권위와 품질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너무 비싸고’, ‘짧은 과정 제공 부족’, ‘실제 수요에 맞지 않는 콘텐츠’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혁신·지식교류학 교수이자 켈로그 칼리지 학장인 조너선 미치(Jonathan Michie) 교수는 “대학은 아직 뒤처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앞으로 더 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25년 3월 25일 열린 University World News-ABET 웨비나 ‘영원한 학생 – 새로운 세상의 평생학습’에서 발표된 이 조사에는 40개국 이상에서 10,210명의 응답자가 참여했다. 웨비나 참가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이 평생학습 아젠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42%가 ‘최소한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통 수준’은 35%,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평생학습의 동력: 변화하는 기술, 불확실한 미래
세계적인 평생학습 확산은 단순히 개인의 필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기업, 정부, 시민사회도 지속적 역량 개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영원한 학습자(perpetual students)’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는 한때 부정적으로 사용되던 개념이지만,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개인 발달’이 35%로 가장 높았고, ‘특정 기술 습득’ 34%, ‘소득 증대’ 25%, ‘과목 자체의 흥미’ 23%, ‘경력 지원’이 22%로 나타났다.
고용주 측 응답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향후 2년간 기업이 학습과 전문성 개발을 추진하는 주요 이유는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 4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신기술 도입’ 39%, ‘고급 인재 개발’ 38%, ‘전문성 유지’ 38%가 뒤를 이었다.
대학의 약점은 ‘현실감 부족’과 ‘높은 비용’
그러나 이러한 맥락 속에서도 대학이 평생학습의 중심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대학 교육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은 응답자의 29%가 가장 먼저 언급한 불만 사항이었다. 또한 대학은 여전히 학위 위주의 교육 제공에 머물러 있고(19%), 다른 교육 제공자가 더 실용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19%였다.
고용주 중 22%는 대학이 지나치게 이론 중심이며 현실 세계의 도전에 민감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이 시간과 장소에서 유연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평생학습에서 ‘마이크로 자격증’이 차세대 핵심
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 자격증(micro-credentials)과 같은 소규모 인증 과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255개 기업 대상 조사에서 고용주의 6%는 ‘마이크로 자격증을 수여하는 교육기관’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17%는 ‘공식 인증 자격을 부여하는 기관’을 선호했다.
무엇보다도 고용주의 22%는 ‘가성비 좋은 교육’과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유연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마이크로 자격증의 제도화는 2025년 6월 열리는 영국대학평생교육협회(Universities Association of Lifelong Learning) 회의의 핵심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일반교육과 기술교육, 이분법을 넘어서
기술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 강조되지만, 미치 교수는 인문학, 사회과학 등 일반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정부가 설립한 평생교육위원회 보고서를 예로 들었다.
1919년 보고서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사회통합,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100주년을 맞아 성인교육백주년위원회(Centenary Commission)가 발족되었으며, 교육은 단순한 직업 훈련이 아닌 시민의 상상력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유럽 대학들의 사례: 협력과 유연성이 열쇠
유럽은 평생학습의 강력한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유럽대학협회(EUA)의 ‘Trends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대학의 60%가 평생학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성인 학습자의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대학은 41%에 달한다.
슬로위 교수는 “접근성과 형평성, 기술 변화, 그리고 기존 고등교육 수준의 영향력이 결합되어 평생학습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단독으로 평생학습을 추진하는 것보다, 지역정부·노동조합·시민단체와 협력하는 방식이 더 성공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대표 사례로는 2012년부터 운영된 ‘Age-Friendly University Global Network’가 있다. 이 네트워크는 고령층을 포함한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평생학습을 방해하는 진짜 장벽은?
성인 학습자가 고등교육에 진입할 때 가장 큰 장벽으로는 ‘재정’(52%), ‘직장에서 시간을 낼 수 없음’(45%), ‘가정 책임’(26%)이 꼽혔다. ‘관심 있는 주제가 없다’는 이유도 41%를 차지했다.
또한 34%는 대면 수업이 부담된다고 했으며, ‘기존 학습에 대한 인정 부족’과 ‘학점 이월의 경직성’도 각각 32%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슬로위 교수는 “대학이 평생학습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사회로부터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고등교육 석학 사이먼 마진슨(Simon Marginson)은 “사회는 종종 기존의 제도가 자신들의 이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과감히 그것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의 미래는 평생학습에 달려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에 머물 수 없다. 평생학습은 단지 하나의 교육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 질서’이자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이다. 대학이 유연성과 접근성, 실용성과 철학을 모두 품지 못한다면, 그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대학이 기존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기술과 지역사회 협력, 마이크로 자격증 등 새로운 흐름을 포용할 수 있다면, 여전히 미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대학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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