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프랑스 영화 <삶이 다할 때까지>(원제: Ad Vitam)는 기욤 카네 주연의 액션 스릴러로, 한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다. 영화는 전직 헌병 특공대 요원 프랑크 라자레프(기욤 카네 분)가 과거의 그림자로 인해 현재의 평범한 삶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임신한 아내 레오(스테판 카일라드 분)와 조용히 살아가려던 그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습격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프랑크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과 손을 잡고 위험한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장르적 틀을 넘어선 인간적 접근
<삶이 다할 때까지>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틀 안에 놓여 있으면서도 프랑스 영화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 프랑크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위협 사이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설정은 흔히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영웅 서사와는 다소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 프랑크는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과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는 인간이다. 그의 결정들은 완벽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갈등하며 실수도 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주인공의 신체적 액션보다는 감정적 액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랑크의 고뇌와 절망,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는 의지는 영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는 기존의 액션 영화에서 흔히 간과되는 감정적 깊이를 탐구하고 있으며, 프랑스 영화만의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진부한 설정 속에서 빛나는 연출
<삶이 다할 때까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다소 익숙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직 특수요원이 과거의 적들과 대결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클리셰적인 소재를 감성적 연출과 정교한 내러티브로 승화시키고 있다.
영화는 빠른 전개보다는 느린 호흡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쌓아간다. 액션 시퀀스 역시 화려한 폭발이나 총격전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서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예를 들어, 프랑크가 납치된 아내를 추적하는 장면은 대규모 액션이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의 세밀한 심리전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은 오히려 영화의 진정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기욤 카네의 깊이 있는 연기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 중 하나는 기욤 카네의 열연이다. 그는 단순히 강인한 액션 영웅이 아니라, 과거의 실수와 현재의 위협 속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감정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프랑크가 아내 레오와 나누는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정점을 이루고 있다. 프랑크는 아내를 향한 사랑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기욤 카네는 이 복합적인 감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영화의 중심축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장르적 한계와 진부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직 요원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는 이 설정을 독창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서사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몇몇 캐릭터들의 동기와 행동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아 이야기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영화의 반전과 결말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며,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이는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평이하게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준다. 이 점에서 <삶이 다할 때까지>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서사적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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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메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프랑스 영화는 종종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곤 한다. <삶이 다할 때까지>도 이러한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 속에서도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적 연약함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영화는 프랑크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과거의 잘못까지도 대가로 지불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다시금 사랑과 헌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깊이 있는 공감의 여운
<삶이 다할 때까지>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틀 안에서도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기욤 카네의 섬세한 연기와 프랑스 영화 특유의 정서적 깊이는 이 작품을 단순한 장르 영화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다만, 진부한 설정과 예상 가능한 전개는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희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과 관계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삶이 다할 때까지>는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인간적인 드라마를 찾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