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탐사보도를 통해 파헤치는 기자들의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사이비 종교’를 다루는 에피소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단순한 신앙의 영역을 넘어 정치·사회·문화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사이비 종교를 폭로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대중에게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다.
트리거는 탐사보도팀이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고 그 내부의 부패와 권력 관계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윤리적인 행태를 고발한다. 특히 이 드라마 속 사이비 종교 집단은 기존 종교의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교주를 신격화하고, 신도들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모습이 부각된다. 이는 우리가 이미 수차례 봐왔던 한국 드라마와 영화 속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왜 사이비 종교의 배경은 항상 기독교적인가?
흥미로운 점은, 트리거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의 대부분이 기독교적 형식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바하(2019), 방법: 재차의(2021) 등 수많은 작품에서 사이비 종교는 기독교의 외형을 차용하거나, 최소한 개신교적 설교 방식과 의식을 변형한 형태로 등장한다. 심지어 곡성(2016) 같은 초자연적 스릴러에서도 기독교적 구원의 이미지가 중심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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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향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와 관련이 깊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요 종교 중 하나다. 그러나 개신교는 종종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동반한다. 일부 대형 교회의 정치적 개입, 목회자의 비리, 신도들 간의 권력 다툼 등이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개신교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사이비 종교를 기독교적 이미지로 묘사하는 것은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 된다.
또한, 기독교의 교리 자체가 영적 구원과 신의 대리자를 강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변형한 사이비 종교 집단을 묘사하기에도 용이하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교주, 회개와 속죄를 강요하는 신앙 공동체, 헌금을 요구하는 방식 등이 기독교적 틀 안에서 쉽게 변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사보도 기자와 대중의 역할
트리거는 탐사보도 기자가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을 통해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실제로 언론이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폭로하는 사례가 많았다.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은 종종 특정 종교 집단의 실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드라마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트리거는 기자들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위험과 윤리적 갈등을 함께 보여주며, 탐사보도가 단순한 정의구현이 아니라 치열한 사투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사이비 종교=기독교적 이미지’라는 구도가, 종교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을 강화할 위험은 없을까? 모든 종교가 본질적으로 교리의 왜곡에 취약하며, 권력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이비 종교의 원형을 특정 종교의 형태로만 그리는 것은 자칫 또 다른 편견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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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트리거의 사이비 종교 에피소드는 단순한 스릴러로 소비하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사이비 종교를 비판하면서도, 종교적 믿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악용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성찰은 탐사보도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몫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믿는 것은 진실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