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동결 15년,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대학 등록금 인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회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대한다.” “서민 부담이 커진다.” “청년들이 더 힘들어진다.” 그럴싸한 논리들이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이 정말 학생들에게 이득이기만 할까? 과연 대학은 충분한 재정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대학을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교육비 천문학적 지출, 대학 등록금은 15년째 제자리
한국은 대학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비가 더 큰 문제인 나라다. 대입을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사실상 등록금보다 크다. 초·중·고 12년을 거치는 동안 사교육비로 수천만 원을 쓰면서도, 정작 대학 등록금 인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불균형한 시선이야말로 한국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 이후 동결되었다. 그 사이 최저임금은 두 배 이상 뛰었고, 물가는 지속해서 올랐다. 2009년에 비해 2024년 현재 소비자물가 지수는 약 50%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등록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연 1.5%까지만 인상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15년째 동결 상태다. 이렇게 오랜 기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다른 서비스나 상품이 있을까? 배달 음식 가격도, 기름값도, 심지어 대중교통 요금도 올랐다. 그런데 유독 대학 등록금만 예외다.
이쯤 되면 질문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 동결이 정말 ‘학생을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정부가 ‘정책적 편리함’을 위해 유지하는 수단인가?
대학을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방법, 등록금 규제
대학은 다른 어떤 사립 기관보다 정부 정책에 순응적인 곳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등록금이 통제당하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이 등록금에서 나오고, 이를 올리지 못하면 대학 운영은 자연스럽게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대학들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립대학이라고 해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국공립대보다 더 심한 상황이다. 정부 재정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립대는 학문적 독립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등록금 동결과 정부 재정 지원 확대는 대학을 국가 정책에 종속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된 셈이다.
한편, 대학의 족벌경영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등록금 인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몇몇 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들이 부적절한 재정 운용을 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소수 대학의 문제를 이유로 전체 대학의 재정을 옥죄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정부가 사학 비리를 문제 삼으면서도, 정작 등록금 문제에서는 대학들을 통제하기 좋은 방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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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의 결과: 교육의 질 저하
등록금 동결이 유지되는 동안 대학들은 어떤 상황을 겪었을까? 단순하다.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연구에 투자하고, 좋은 교수진을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 재정이 15년째 제자리라면 그런 투자가 가능할까?
이미 대학들은 눈에 띄게 교육의 질을 낮추고 있다. 실험·실습비 삭감, 강의당 학생 수 증가, 우수 교수 유치 실패 등이 그 예다. 연구 지원도 부족해지면서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학 혁신’을 외치지만, 돈이 없는데 혁신이 가능할까?
더 나아가, 재정이 부족한 대학들은 산업과의 연계나 외부 펀딩에 의존하게 된다. 기업과의 협업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교육의 방향이 점점 ‘취업률’에만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학이 학문적 탐구보다는 취업 사관학교처럼 변해가는 이유 중 하나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압박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등록금을 동결한 채로 대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등록금 동결이 지속될수록 대학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15년간 멈춰 있는 대학 등록금. 물가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교육비만 그대로다. 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등록금 인상이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대학과 학생,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교육의 질을 위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