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한계와 사법부의 신뢰 위기, 시대에 맞는 양형기준이 필요한가
사적 제재 드라마의 인기,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방영된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 드라마 모범택시, 국민사형투표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법이 처벌하지 못한 범죄자를 개인 또는 특정 조직이 직접 응징하는 사적 제재를 주요 서사로 삼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다. 왜 지금, 대중은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가? 이는 단순한 복수 판타지가 아니라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이 대중의 법 감정과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사적 제재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보완책일까, 아니면 위험한 신호탄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최근 드라마들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사적 제재의 위험성과 함께 사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속 사적 제재: 복수의 정의인가, 새로운 폭력인가?
① 비질란테: 법망을 벗어난 정의 실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비질란테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주인공 김지용의 이야기다. 낮에는 경찰대 학생으로서 법을 배우지만, 밤에는 법이 처벌하지 못한 범죄자들을 직접 응징한다. 이 드라마는 특히 “법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여겨지지만, 그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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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모범택시: 피해자를 대신한 복수 대행 서비스
모범택시는 피해자를 위해 복수를 대행하는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한 억울한 사건들을 대신해 응징하는 방식은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이 역시 법의 틀을 벗어난 사적 제재라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특히 시즌이 거듭될수록 사적 제재의 부작용이 점점 드러난다. 정의를 내세운 복수는 자칫 새로운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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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국민사형투표: 대중이 직접 범죄자를 처벌한다면?
국민사형투표는 사회적 공분을 산 강력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대중이 사형 여부를 투표하는 설정을 갖고 있다. “국민이 직접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극단적인 질문을 던지며, 법치주의와 여론 재판의 경계를 탐구한다. 드라마는 사법부의 무력함을 비판하는 동시에, 여론이 언제든지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결국, 법적 절차를 무시한 처벌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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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재의 위험성: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다
사적 제재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법적 절차 없이 직접 처벌을 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표면적으로는 피해자를 대신한 응징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① 감정적 판단의 오류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적 제재는 본질적으로 감정에 기반한 판단이기 때문에 오판과 남용의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회적 매장 또는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수없이 많다. 사적 제재가 정당화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② 폭력의 악순환
사적 제재가 정당화되면, 이는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올 수 있다. 한 사람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한 폭력이 결국 또 다른 복수를 초래하며, 사회적 불안정성을 가중시킨다. 예를 들어, ‘자경단’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이는 또 다른 비공식적 조직이 등장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③ 법의 권위 약화
사적 제재가 만연해질수록 법의 권위는 점점 약화된다. 법이 믿을 만한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시민들은 공권력보다 개인적 정의 실현을 우선시하게 되고, 이는 결국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현행 양형기준, 시대에 맞는가?
사적 제재가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은, 공권력과 사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형벌 체계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① 낮은 법정 최고형과 낮은 선고 비율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형은 사형과 무기징역이지만, 실제로 이들이 선고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예를 들어, 강력 범죄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나 100년 이상의 형량이 선고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징역 20~30년 수준이 일반적이다. 또한, 양형위원회의 권고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아 대중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② 피해자 중심의 판결 필요성
법은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한 도구다. 그러나 현재 판결이 범죄자의 인권을 우선시하고,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중범죄자의 가석방 허용 기준이 완화되는 등, 대중의 법 감정과 괴리를 보이는 판결들이 반복되고 있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사적 제재를 다룬 드라마들의 인기는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의 판결이 대중의 기대와 괴리되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사적 제재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보다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따라서 현행 양형기준을 시대에 맞게 조정하고, 피해자 중심의 사법 체계를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