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의 그늘
영국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정 학문 분야, 특히 인문·예술학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학들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재편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전공들은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육의 다원성을 해치고, 영국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위기와 학문 간 불균형 심화
현재 대학들이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학과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대부분 STEM 학과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반면, 인문·예술학과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역사, 철학, 문학, 음악, 예술, 종교학 등의 학과가 그 대상이 되면서 학문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학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카디프 대학과 러셀 그룹 대학의 사례
최근 카디프 대학은 간호학과, 음악학과, 종교학과 등을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러셀 그룹 소속 일부 대학들도 인문학과를 포함한 여러 전공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전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수행해야 할 전반적인 교육적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대학이 직업 교육 기관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종합 교육 기관으로서의 본래 역할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인문·예술학과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
인문·예술학과는 단순히 학문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길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학과 역사 연구는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철학과 종교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을 탐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음악과 예술은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분야이다. 이러한 전공이 사라지면, 영국 사회는 장기적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교육 방향 변화와 그 영향
대학이 점점 더 STEM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학생들의 선택지도 줄어들고 있다. 학문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학생들은 특정 분야로만 집중하게 되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사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기업과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 중심의 교육이 강조되면서, 인문·예술 전공 학생들의 취업 기회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영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학문 생태계에서 영국 대학의 위상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가능성
인문·예술학과가 축소되면서, 특정 계층의 학생들에게만 고급 교육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여전히 사립학교나 해외 대학에서 인문·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공립 대학의 학생들은 그러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교육 기회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이 단순한 재정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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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생존 전략과 인문학의 미래
현재 영국 대학들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캠퍼스 설립, 기업 협력 확대, 온라인 교육 강화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이 대학 본연의 교육적 역할을 유지하면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학이 단기적인 생존을 위해 인문·예술학과를 희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교육과 사회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대학의 구조조정은 단순한 재정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 교육 방향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STEM 중심의 개편이 가속화되면서 인문·예술학과의 가치가 축소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학과 정부는 단기적인 재정 문제 해결을 넘어, 교육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 연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영국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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