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대하고, 가장 빠른 기술 진보가 사회를 흔들기 시작하다
인공지능(AI)의 시대는 더 이상 미래형 이야기가 아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Stanford HAI)가 발간한 『2025 AI 지수 보고서(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5)』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과학기술의 진보를 넘어,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경제적 권력을 재분배하며, 민주주의와 인간 정체성마저 다시 묻게 만드는 새로운 문명의 징후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AI는 이제 더 이상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명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 파고들며, 정책 결정부터 일상생활, 인식의 틀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AI 지수 보고서』는 2017년 첫 발간 이후 매년 업데이트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AI 종합 보고서이다. 2025년판 보고서는 총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100개 이상의 그래프, 200개 이상 데이터 지표, 그리고 약 50명의 학계·산업계 전문가 공동 집필진이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AI의 기술 성능, 추론 비용, 산업 투자, 글로벌 정책, 교육 및 공공 인식, 책임 있는 AI”라는 여섯 개의 주요 영역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AI의 기술 성능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했다. 예컨대 고등 수준의 수학, 과학, 프로그래밍 문제를 해결하는 AI 벤치마크(MMLU, GPQA, SWE-bench)에서 GPT-4 등 최신 모델들은 단 1년 만에 30~67%포인트까지 점수 향상을 기록했다. GPT-4는 SWE-bench에서 81.1%의 정답률을 기록하며, 인간 전문가 평균을 초과했다. 특히 코딩 및 프로그래밍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향상되는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는 “접근 비용의 급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GPT-3.5급 모델의 추론 비용은 2022년 약 20달러에서 2024년에는 0.07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280배에 달하는 감소폭으로, AI 기술이 더 많은 기업과 개인에게 도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GPU 및 AI 하드웨어 성능은 연평균 43%씩 향상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성 또한 40% 증가하는 등 하드웨어 기반의 발전도 동반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AI는 전례 없는 자본 집중의 중심에 서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민간 AI 투자 규모가 2023년 기준 2,523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힌다. 이 중 339억 달러는 생성형 AI 분야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투자는 미국에서 이뤄졌으며, 무려 1,091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국(93억 달러), 영국(45억 달러)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이러한 투자 흐름은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지표로 이어진다. 2023년 기준 기업의 AI 도입률은 55%였으나, 2024년에는 78%까지 증가했다. 특히 고객 응대, 문서 요약, 코드 생성,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서 AI가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는 AI 도입으로 인한 업무 생산성 향상이 최대 40%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AI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 차원에서만 2023년에 AI 관련 입법안이 59건 발의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수치다. 또한 42개의 연방 기관이 자체 AI 전략을 수립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유럽연합(EU)이 AI법 초안을 확정했고, OECD, G7, UN 등 주요 국제기구도 책임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4년 11월 ‘서울 AI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AI와 관련된 안전사고 혹은 심각한 오류가 233건 보고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에는 자율주행차 사고, 의료영상 오판단, 허위정보 생성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에 대한 인식은 국가별로도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83%), 인도네시아(80%) 등 아시아 국가들은 AI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반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문화적, 정치적 배경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AI가 사용하는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웹 기반 학습 데이터가 2026~2032년 사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메타, 구글, 오픈AI 등 주요 기업들은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와 ‘모의 환경 학습’으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데이터 편향, 현실 반영 부족 등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어 논쟁의 여지가 많다.
환경 측면에서도 AI는 이중적인 존재다.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은 상당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GPT-4 훈련 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은 5,184톤에 달하며, Meta의 Llama 3.1 훈련 시에는 8,930톤에 이르렀다. 반면 AI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후 예측, 환경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합적이다.
이처럼 『2025 AI 지수 보고서』는 AI의 현재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데이터 보고서이다. 이 연재는 본 기사를 시작으로, 기술 성능, 경제적 파급, 국제 정치 및 규제, 책임 있는 AI, 교육과 환경 등 4~5개의 심화 주제로 나누어 AI 사회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단순한 기술 찬양이나 공포 조장에 머무르지 않고, AI가 정말 우리 삶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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