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캘리포니아 주의 커뮤니티 칼리지들이 전통적인 학점 기반 교육 방식을 탈피해, 기술 중심 학위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교육 모델을 도입하며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은 “능력 기반 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 CBE)”으로 불리며, 학생들이 전통적인 학점 대신 특정 기술이나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시간 기반 학점제나 출석 의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개인화된 학습 경로와 실질적인 기술 습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미국 내 교육 혁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대학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1년 약 400만 달러를 투자하며 8개의 커뮤니티 칼리지를 대상으로 이 모델의 도입을 추진했다. 목표는 2024-2025 학년도까지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이었지만,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마데라 커뮤니티 칼리지는 교수진과의 협의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프로그램 도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반면, Merced College와 같은 대학들은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 기반 학위의 특징과 장점
기술 기반 학위는 기존 학문 중심 교육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여러 특징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 모델은 학생들의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는 학점과 등급 대신 학생들이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했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IT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설정이나 보안 프로토콜 구현과 같은 구체적인 기술 능력을 입증해야 과정이 통과된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이 학문적 성취보다 실제 직업 환경에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학습 속도의 유연성이 제공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며, 어려운 과목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미 숙련된 영역은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직장인이나 성인 학습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기술 기반 학위 모델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실습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현장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특히, 일정 기간 동안 수강 가능한 과정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정액제 모델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 학생들은 학기 기반 등록금 대신 기간제 등록금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업과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캘리포니아와 글로벌 사례
캘리포니아는 능력 기반 교육의 선두주자로, 다양한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웨스턴 거버너스 대학교(WGU)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능력 기반 교육 대학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의료, 경영, IT 등 여러 분야의 학위를 제공한다. 이 대학은 학기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속도에 따라 졸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캘브라이트 칼리지(Calbright College)는 캘리포니아 주의 온라인 전용 커뮤니티 칼리지로, 성인 학습자와 직장인을 주요 대상으로 IT 및 사이버보안과 같은 기술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erced College는 지역 농업 산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 시스템 분야에서 능력 기반 인증서를 발급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14개의 기술 역량을 입증한 뒤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 경제와 교육의 연결을 강화하며, 고용주와 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글로벌 사례는 한국 대학들에게도 중요한 교훈과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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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에 주는 시사점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한국 대학들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전통적으로 학문 중심의 이론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 노동 시장은 이론적 지식보다 실질적인 기술과 현장 적응력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대학들은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커리큘럼 재구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 분석, 반도체 설계와 같은 첨단 기술 중심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한, 학습 환경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학기제 기반 교육 시스템은 성인 학습자나 재직자들에게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능력 기반 학위 모델은 이러한 제약을 해결하며, 학습자들에게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의 지역 대학들은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의 대학들은 스마트 농업 기술을, 경상북도의 대학들은 반도체 제조 기술을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다.
평생교육 시스템의 실질적 구현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은 이미 평생교육 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학위 중심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능력 기반 학위 모델은 평생교육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자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향상시키고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인증과 학위를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들과 협력하여 특정 기술을 인증받는 프로그램을 학위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도입을 위한 과제와 해결 방안
캘리포니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 기반 학위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있다. 첫째, 교수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교육 모델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교수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둘째,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할 수 있으므로, 정부와 대학이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역량 기반 학위가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국내외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자기 주도 학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멘토링, 상담, 학습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특히 비전통적 학습자들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 기반 학위 모델은 전통적인 고등교육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델은 산업과 교육의 간극을 줄이고,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은 이러한 혁신적인 교육 접근법을 참고하여 산업 수요와 학습자의 다양성을 반영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유연한 학습 환경과 지속 가능한 평생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고등교육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교육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