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사고가 조직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을 때, 의문을 던지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10번째 사람’, 의문을 던지는 용기의 시작
모두가 같은 의견을 내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완벽한 합의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위험 신호일까? 영화 월드워 Z에서 등장한 “10번째 사람” 개념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산드(Mossad) 가 따랐던 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사안을 분석할 때 9명이 같은 결론을 내리면, 10번째 사람은 반드시 반대 입장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상식적이지 않거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지라도, 가정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 원칙 덕분에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들이 좀비 사태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무시하는 동안, 선제적으로 방어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개념은 영화 속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도 유용한 사고 방식이다. 무비판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은 오히려 위험을 내포한다. 작은 실수가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고, 방향성을 잃어 실패로 치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번째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이든 사회든, 어떤 결정이든 무조건적인 동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만장일치의 함정: 위험을 부르는 ‘사고의 동조화’
집단 내에서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심리학에서 ‘집단 사고(Groupthink)’라고 불리는 현상은 다수가 같은 의견을 낼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설명한다.
미국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집단 사고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은 서로를 의식해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으며, 결국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1961년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 실패 사건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반대 의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쿠바 침공을 시도했고,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위험성을 깊이 검토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집단 사고는 조직, 기업, 정치,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한 리더가 존재할수록, 조직 문화가 위계적일수록,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당연히 옳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결정이 내려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0번째 사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누군가는 “이 방향이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두가 동의할 때, 그 흐름을 깨고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결정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한국 문화 속 ’10번째 사람’의 어려움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10번째 사람”이 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집단 중심의 문화가 강하고, 조직 내 상하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수가 찬성하는 분위기에서 혼자 반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팀워크를 해친다’거나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내기가 부담스럽다. 심지어 “왜 분위기를 흐리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10번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게 되고, 결국 비판 없는 결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 ‘만장일치’는 종종 강압적 동의로 이어진다. 리더가 암묵적으로 동의를 유도하면, 그 누구도 선뜻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 그 결과,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도 책임을 나눠 가질 뿐, 진정으로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고민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이렇게 운영된다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변화와 혁신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10번째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개인과 조직이 ’10번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10번째 사람”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직과 사회가 건강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이를 위해 개인과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반대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 형성 조직 내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리더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대 의견을 무시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환경 조성 “왜?”라는 질문을 습관화해야 한다. 특정 결정이 내려질 때,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단점은 없는지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개인이 ’10번째 사람’이 될 용기 가지기 비록 쉽지 않더라도, 스스로 “10번째 사람”이 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조직이나 사회가 무비판적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이 먼저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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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10번째 사람’이 될 수 있다
“10번째 사람”은 특별한 직책이 아니다. 조직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팀원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누구든지 흐름을 깨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하나의 결론만이 정답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10번째 사람”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영화 월드워 Z에서 이스라엘이 좀비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9명이 무시한 가능성을 10번째 사람이 진지하게 검토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결정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는 순간, 한 사람이 던진 질문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이제는 한국 사회도 변화해야 한다. 더 나은 결정, 더 건강한 조직, 더 발전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10번째 사람”이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